영화 ‘시동’으로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영화 ‘시동’으로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오디션 영상을 보는 순간 바로 눈길이 갔다. 흡입력이 대단했다. 주목받을 만한 배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호평 속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시동’을 연출한 최정열 감독이 신인배우 최성은을 두고 한 말이다. 최정열 감독의 말처럼, 스크린 속 최성은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격적인 스타일링부터 강렬한 눈빛,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남다른 존재감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최성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했을 정도로 신선하고 강렬했다.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최성은을 만났다.

최성은은 여러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를 거쳐 영화 ‘시동’으로 데뷔한 그야말로 ‘초신인’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재학 중인 그는 연극 ‘피와 씨앗’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소녀 어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데 이어 매거진 ‘대학내일’ 표지를 장식, 주목을 받았다.

2018년 배우 박신혜, 김선호 등이 속해 있는 솔트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그는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시동’으로 관객 앞에 섰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한 ‘시동’은 따뜻하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와 마동석·박정민·정해인·염정아의 유쾌한 시너지로 호평을 받으며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성은은 ‘시동’의 값진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극 중 소경주 역을 맡은 그는 빨간 머리에 스포티한 스타일,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강렬한 눈빛 등 야무진 ‘다크포스’를 내뿜으며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특히 5개월에 걸쳐 액션 스쿨과 체육관을 오가며 복싱 트레이닝에 매진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보다 입체적인 경주 캐릭터를 완성, 호평을 받고 있다.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만난 최성은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진중했다. 작은 체구에 청순한 외모, 겉으로 보기엔 여려 보였지만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 배우 최성은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데뷔작인데, 스크린으로 본인의 모습을 본 기분이 어땠나요.
“그렇게 큰 영화관에서 많은 분들과 보는 게 처음이라 두려움이 크더라고요.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는 내가 언제 나오지? 하면서 긴장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그날 저녁에 또 한 번 봤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이 잘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봤는데, 그때는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관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분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정말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못느끼겠어요. 가족들이 표현을 많이 하지 않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도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이 오긴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기사나 평을 찾아봤을 때 제 얘기가 나오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경주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의지할 가족이나 부모도 없이 혼자 떠돌아다니는 아이에요. 그렇다 보니 혼자서 감당해야 할 몫이 굉장히 크고, 남들한테 약해보이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몸에 뱄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리지만 항상 센척하고, 항상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세뇌를 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런 지점이 안쓰러우면서도 제 모습도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죠.”

-경주의 어떤 점이 본인과 닮았나요.
“경주한테 제일 끌렸던 이유가 저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였어요. 경주가 남한테 자기의 곁을 쉽게 주지 않잖아요. 정말 가깝다고 느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 부분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또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 하고, 본인이 본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느낌이 저와 비슷했어요.”

-실제 촬영했던 것들이 많이 편집됐다고 들었어요. 아쉽진 않았나요.
“후시 녹음을 하러 갔을 때 감독님이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영화의 전체적인 템포나 리듬, 흐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셨다고 하셨어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아쉬움이 컸는데, 보고 나니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웹툰을 모르는 관객이 봤을 때는 경주가 왜 권투를 하게 됐는지, 왜 이 사람들과 어우러지게 됐는지 이유를 모르셔서 경주의 매력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위해서라면 그런 것도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시동’에서 경주를 연기한 최성은 스틸컷. /NEW
영화 ‘시동’에서 경주를 연기한 최성은 스틸컷. /NEW

-첫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첫 촬영은 찜질방에서 애들을 만나는 신이었어요. 긴장도 됐지만, 그래도 그 장면이 경주가 갖고 있는 서사 중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면이라 부담이 크진 않았어요. 오히려 택일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 부담이 됐던 것 같아요. 경주의 첫 등장이기도 했고요. 경주가 빨간 머리에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을 하는데,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인물의 프롤로그처럼 경주가 어떤 인물인지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어요. 그때가 또 첫 액션이었거든요. 그래서 꽤 오래 찍었어요. 다행히 정민 선배가 너무 잘 살려주셨어요. 정말 맞는 연기 사진첩을 내도 될 정도로 너무 잘 해주셨어요. 실제로 힘이 들어갈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한 번도 아프다는 티를 안 내고 편하게 하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액션 준비도 철저히 했다고 들었어요. 지방에서 촬영하다가도 복싱 연습을 위해 서울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사실 영화 촬영하기 전까지 복싱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극 중 경주가 어느 정도 복싱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는데, 제가 복싱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촬영을 하다 보면 휴차가 생기기도 하고 쉬는 날이 있는데, 지방에서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또 혼자 하다 보면 뭐가 옳은지 판단을 못해서 서울에 가서 하고 그랬죠.”

-약간 여자 박정민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하. 너무 좋은데요? 여자 박정민!”

-박정민이 학교 선배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응원도 되고 자극도 됐을 것 같아요.
“정민 선배가 현장에서 진짜 잘 챙겨주셨어요. 첫 촬영 때부터 홍삼, 헤어팩, 핸드크림, 비타민 다 챙겨 와서 피곤할 수 있으니 먹으라고 주시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점점 친해지고 나서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고민도 다 들어주셨어요. 조언을 대놓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툭툭 던져주셨죠. 특히 액션신 할 때 정말 잘 받아주시고,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고 편하게 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또 매 테이크 다르게 호흡을 가져가시는 걸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고 정말 좋았어요. 정민 선배뿐 아니라 장풍반점 식구들 다 너무 좋았어요.”

-최정열 감독이 오디션 영상 보자마자 눈길이 갔다고 했는데, 무엇을 준비해 갔나요.
“1차 오디션 때 경주와 비슷한 느낌의 인물을 준비해 갔어요. 경주처럼 연약한데 숨기려고 하고 말도 약간 툭툭 세게 내뱉는 여자아이였는데 경주랑 비슷한 면도 있고 대사가 주는 힘도 있어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이후 감독님과 따로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생각했던 경주의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 영상을 보고 눈빛이 마음에 들어서 만나자고 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오디션 과정이 꽤 길었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 동안 복싱 실력도 계속 체크 받았다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텐데, 그것을 견딜 만큼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면요.
“작품이 너무 재밌었던 것도 있었지만 경주가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제가 그전 영화 오디션을 봤을 때는 어떤 인물에 확 끌려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많지 않거든요. 그때 당시 다른 오디션도 있고 연극 준비도 해야 하고 그래서 오디션 안 보겠다고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경주와 실제로 비슷한 부분도 많았고,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빨간 머리에 남자들과 복싱으로 싸우기도 하고. 정말 매력 있다고 느꼈어요. 또 박정민 선배를 원래부터 워낙 좋아해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고요.”

-오디션 최종 결과를 들었을 때 어땠나요.
“감독님이 직접 사무실로 불러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너무 좋았는데, 좋은 것 맞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워낙 감정 표현이 하하. 가까운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잘하는 편인데 낯도 많이 가려서. 그리고 또 ‘왜 불렀겠어?’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갔죠. 하하. 감독님이 ‘성은 씨 같이 해요’해서 ‘네, 좋아요’ 했는데 ‘좋은 거 맞으시죠?’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웃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최성은. /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어렸을 때 막연하게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숫기도 없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조승우 선배에 대해 알게 됐는데, 조승우 선배가 계원예고를 나왔다는 걸 알게 됐고 나도 계원예고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부모님한테 연기 시켜달라고 했을 때 완강하게 반대하시기도 했는데, 결국 계원예고에 들어가게 됐죠.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게 된 건 고등학교 때 동기들과 연극하고 배우면서부터예요.”

-부모님 설득은 어떻게 했나요.
“저보다 저희 오빠가 강력하게 얘기해줬어요. 그때 당시 오빠도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뭔가를 못했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성은이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줘라’라고 설득해줬어요. 부모님은 제가 잠깐 하다 말거라고 생각해서 ‘그래 해라’라고 하셨는데 예고에 갔고, 대학도 연기로 들어갔으니까 이제는 응원을 해주세요.”

-‘시동’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닫거나 얻은 게 있다면요. 
“같이 하는 분들이 너무 좋았어요. (마)동석 선배, (김)경덕 선배, (김)종수 선배, (박)정민 선배. 네 분과 촬영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모아놨지 싶을 정도로 좋은 선배들과 촬영하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또 오랫동안 현장에 계셨던 선배들을 보면서 본인이 재밌어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나 배우라는 게 자신 혹은 타인과 타협하기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쉽게 변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기 위해서 자기중심을 잘 지키면서 가야 한다 싶었어요. 종수 선배를 보고 있으면 현장에 있는 걸 정말 재밌어하시고 연기를 즐거워하신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나도  나이가 먹고 오래 연기를 했을 때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저렇게 재밌게 연기를 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제 막 데뷔를 했는데, ‘시동’과 함께 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또 앞으로의 계획도 말해주세요.  
“너무 좋은 분들과 좋은 작업을 함께해서 잊지 못할 것 같고, 한편으로는 저라는 사람이 알려지게 됐으니까 앞으로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요.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2020년에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임무를 맡아서 잘 해내고 싶어요. 행복하게 연기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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