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해 국내 판매실적이 한국지엠을 추월했다.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해 국내 판매실적이 한국지엠을 추월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입차 업계 최강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공행진과 한국지엠의 추락이 국내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국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지엠의 연간 판매실적을 수입차 브랜드 벤츠가 추월한 것이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7만8,13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의 총 연간 판매실적에서 무려 31.9%의 점유율을 기록한 벤츠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3대가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을 달고 있었던 셈이다.

벤츠는 수입차시장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서도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24만4,780대다. 2018년 26만705대에서 6.1% 감소했다. 아우디·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이후 3년 만에 성장세가 돌아섰다. 일본차 브랜드가 불매운동이란 악재를 마주한 점,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이 강화된 인증 규정으로 인해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은 점 등이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벤츠는 2018년 판매실적인 7만798대보다 10.4% 증가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벤츠의 판매실적이 한국지엠까지 넘어섰다는 점이다. 대우자동차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지엠은 현재 인천 부평 및 경남 창원에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GM에 속해있으나 국내 완성차업계로 분류된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국내시장 판매실적은 7만6,471대. 현대·기아차는 물론,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에게도 모두 밀려 국내 완성차업계 꼴찌로 추락했다. 여기에 벤츠에게마저 1,662대 차이로 추월을 허용하며 한국지엠은 더 큰 굴욕을 맛보게 됐다.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판매실적 부진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한 2018년 이후 줄곧 반복되고 있는 각종 논란 및 노사갈등, 그리고 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시장환경 변화 및 경쟁사 공세 속에 라인업의 경쟁력이 뚝 떨어졌고, 새롭게 선보인 신차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수입방식으로 판매되는 모델들을 근거로 수입차협회에 가입하고,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나란히 출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벤츠의 질주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올해부터 라인업 개편이 본격화될 예정이고 쌍용차는 SUV시장이 더욱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올해도 벤츠가 국내 완성차업계를 넘보는 것은 물론 2개 이상의 업체가 추월을 허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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