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도 33호선에서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41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지난 6일 국도 33호선에서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41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6일 이른 아침, 국도 33호선 경남 합천군 대양면 초계마을 부근 구간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다. 트럭과 승용차 등 무려 41대가 연쇄 추돌해 도로에 뒤엉킨 것이다.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을 시작으로 32대가 연쇄 추돌했고, 20여m 떨어진 곳에선 7대가 연쇄 추돌하고 2대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평소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었던 데다, 월요일 출근시간대여서 사고 여파가 더욱 컸다.

난데없는 대형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블랙아이스’다. 이날 사고 지역엔 수십 분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상태였고, 기온은 영하 1도였다. 블랙아이스가 형성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사고 운전자들도 차량이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졌다고 말했다.

블랙아이스는 눈길과 다르다. 기온이 아예 영하보다 확연히 낮을 경우 눈이 내려 쌓이지만, 블랙아이스는 영하 안팎의 기온일 때 형성된다. 내릴 때는 비의 형태로 내린 것이 영하 아래의 차가운 지표면을 만나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상당히 미끄러울 뿐 아니라, 눈길과 달리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더욱 위험하다.

문제는 이에 따른 대형 사고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새벽엔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47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22일엔 제2자유로에서 7충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고다. 이는 비단 올 겨울만이 아니라, 매년 겨울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블랙아이스 사고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겨울철 도로교통 안전 강화대책’을 보고받고 “블랙아이스는 육안으로 구별이 잘 안 돼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존 제한 속도로는 사고를 차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결빙우려 구간에 대해서는 제한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잇따른 블랙아이스 사고의 대책으로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겨울철 도로교통 안전 강화대책’엔 결빙 취약구간을 전면 재조사해 관리구간을 기존의 2배로 확대하고 순찰 및 제설 인프라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자동 염수구간과 원활한 배수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노면 홈파기’를 확충하는 한편, 배수성 포장·도로 열선과 같은 도로결빙 방지 신공법을 시범 도입하고 검증 및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도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주요 구간에 스마트 CCTV를 설치하고, 사고 정보를 후속 운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장비 및 방안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에 마련한 겨울철 도로교통 안전 강화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국민안전 달성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겨울철 도로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강화 뿐만 아니라 운전자분들의 안전운행 수칙 준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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