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의 선전포고에 준하는 군사행동에 대해 강대강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한 발 물러났다.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의 미사일은 크고 강력하며 정확하고 치명적이며 빠르다”면서도“ 우리가 이처럼 위대한 군사력과 장비를 갖췄다는 사실이 곧 이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최고의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군사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미국은 나토 등과 협의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 조치를 취해 군을 분산시킨 덕분에 미국인이나 이라크인 사망자는 없었다”며 “미국은 이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옵션을 계속 검토하면서, 즉각 이란 정권에 징계를 위한 추가 경제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 제거’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내 지시에 따라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며 “최근 며칠간 그가 미국인을 표적으로 새로운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저지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7일(현지시각)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이 주둔 중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에 12발 이상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에 대한 보복적 조치였다.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군사행동이었다. 중동지역에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긴장감이 고조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살 후 “이란이 미국인이나 시설에 공격을 한다면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군사옵션이 아닌 경제제재를 발표해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NN 등 미국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 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존슨 영국 총리 등과 전화통화를 하고 중동지역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