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 중심에서 ‘하이퍼 커넥터’ 역할… 사명 변경도 추진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현지시간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로리스 더 프라임 립에서 CES 2O2O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SK텔레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 갤럭시에 ‘빅스비’ 대신 SK텔레콤의 ‘누구’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은 어느 AI(인공지능)기술이 더 우수한지 에 대한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드에 맞추기 위한 기업 간 초협력이 필요하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9일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ICT(정보통신기술)기업 간 ‘초협력’을 제안했다. 

이날 박정호 사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분야에서 초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AI 분야의 해외 강자들과의 승부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따로 따로 상대한다면 도저히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기업 간 초협력의 대표 사례로 미디어 분야의 ‘웨이브(wavve)’를 꼽았다.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출시된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다. 기존 SK텔레콤이 운영하던 OTT ‘옥수수’와 KBS, SBS, MBC 지상 3사가 운영하는 ‘POOQ’을 통합해 탄생했다.

실제 웨이브는 넷플릭스 등 외국계 OTT매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28일 기준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순 이용자 수와 월 평균 이용시간이 넷플릭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기준 웨이브의 이용자 수는 약 315만명으로 넷플릭스 205만명보다 110만명 가량 많았다. 또한 월평균 이용시간도 471분으로 넷플릭스의 323분을 크게 앞질렀다.

박 사장은 “웨이브를 출시하고 나서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가 협력을 제안했다”며 “국내 기업 간 초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대응하는 방패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텔레콤과 제반 영역에서 경쟁해온 카카오와도 ‘지분 스왑(상장 회사가 서로 상대방 회사 주식을 교환해서 소유하는 것)’을 포함해 AI 분야 협력을 논의한 바가 있다”며 “우리나라 주요 ICT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디자인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앞으로 기업 간 ‘초협력’의 중심에서 ‘하이퍼 커넥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퍼 커넥터는 SK텔레콤이 내적으로는 통신 분야 외에 SK브로드밴드 등의 자회사들을 모두 포괄하고 외적으로는 ICT 기업 간 협력 의지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사명을 기존 ‘SK텔레콤’에서 하이퍼 커넥터의 의미를 담은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현재 SK텔레콤의 매출 중 40%가 AI 등 ICT 신사업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매출의 50%를 넘볼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이 이제 단순한 통신기업이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 받기 위해 정체성에 걸맞는 사명으로 변경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사업의 구조적 변화도 진행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자회사는 IPTV사업의 SK브로드밴드, 보안 사업의 ADT캡스, 커머스 사업의 11번가, 게임 및 콘텐츠 분야의 원스토어 등이 있고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모빌리티, AI 등으로 나누어진다”며 “SK텔레콤의 사명이 변경된다면 사업의 분리 상장 등 총체적인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박 사장이 AI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ICT 기업에 초협력을 대대적으로 제안함에 따라 이에 대한 후속 논의들이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ICT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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