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9일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향후 추진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 2일 취임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다. 협회 혁신과 투자 신뢰 회복, 자본시장 제도개선 등 여러 숙제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9일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신년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는 나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 열리는 공식적인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그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간담회장은 많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날 나 회장은 대내외 환경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향후 과제와 경영 각오를 밝혔다. 나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자본시장은 기업의 성장과 국민의 노후를 위해 그 역할이 과거에 비해 많이 격상됐다”면서도 “(자본시장 성장을 위해선’) 여러 과제가 산적해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여파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투자자 신뢰가 저하되면서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공모펀드의 정체, 증권회사 부동산 PF규제 도입 등 갖가지 난제들도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업계가 4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는 ‘고령화와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이겨내는 ‘국민의 효율적인 자산관리자’로서 타업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솔루션을 발굴‧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 혁신산업의 부상과 산업구조의 변동에 대응하고, 관련 기업이 육성되도록 모험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투자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혁신성장 금융생태계 조성, 금융투자회사의 자율성 강화와 신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 또 “사모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PF 규제 등 고강도 규제정책의 완화를 위해 회원사 건의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나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글로벌 산업으로 변모시키고, 국민경제 내 역할을 증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해외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격상시키겠다”고 전했다.  

그는 “협회장으로서 정부, 국회 등에 정책 건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협회에 대한 회원사의 신뢰,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양자 모두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회원사를 대변하는 협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종에 따른 세부적인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나 회장은 증권업과 관련해선 “증권사의 모험자본 확대를 위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등 IB업무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며 “모험자본의 추가적인 확대를 위해 해외의 건전성 규제를 조사하고, 이를 통해 NCR․레버리지비율 제도 개선방안과 증권사 건전성 규제 발전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비상장·사모 증권 유통시장 활성화 △BDC(기업성장투자기구) 등 간접투자기구를 활용한 개인 모험자본 투자 확대 △증권사 해외투자 인프라 개선 △종합금투사 해외법인 신용공여 허용 입법화 지원 △브로커리지 업무의 글로벌화 △중소형 증권사의 업무범위 확대 △증권 산업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부동산PF 규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PF 규제는 부동산투자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며 “협회는 증권사의 기업금융을 보다 활성화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단순히 반대하기 보다는 국민경제와 투자자 보호 차원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정부와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업에 대해선 “경쟁력 있는 공모형 실물 간접투자상품의 공급확대를 통해 투자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외화표시 머니마켓펀드(MMF), BDC 제도화 지원 등 운용사의 신상품출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연기금·국부펀드 등의 운용사에 대한 해외 위탁범위 확대 △‘전문사모사에서 종합운용사’로의 유기적 성장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 △M&A, IPO 등을 통한 운용사 대형화 방안 마련  △헤지펀드ㆍ부동산펀드에 대한 지수개발 △운용사의 해외진출 지원 및 관련 제도개선 △적격투자자 요건 강화 등에 따른 자산운용사의 대응을 지원 등에도 나서겠다고 전했다.  

부동산신탁업과 관련해서는 “신 수종사업 개척, 규제합리화 등 우호적인 영업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기존 재건축ㆍ재개발 외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와 재래시장, 주택조합, 도시재생사업, 공업지역 정비사업 등으로 신탁방식 정비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시장의 쏠림현상 완화와 일반 국민의 자산증식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모리츠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지원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도 중점 과제로 제시됐다. 그는 “최근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투자자 피해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투자자 신뢰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해 협회는 자율규제의 기능과 역할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고난도 금융상품과 관련한 영업행위 기준, 자금세탁방지 업무지침 등을 마련하고 정보교류 차단 등의 원칙중심규제 전환에 대비하여 내부통제 장치 표준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회원사의 내부통제지원을 위해 균형 잡힌 원칙과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협회를 회원사 중심의 효율적 조직,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는 조직, 열정․소통․변화의 조직 문화가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과거의 과오는 그냥 방치하지 않고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11월 전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조직 혼란을 겪었다. 나 회장의 우선 과제는 조직 추스르기가 될 전망이다. 조만간 정기 인사가 발표되는 것을 시작으로 조직 쇄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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