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9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태규·이동섭 의원이 주최한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3분 49초 분량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제공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9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태규·이동섭 의원이 주최한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3분 49초 분량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제공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귀국하기도 전 타의에 의해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대표가 9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보낸 영상메시지가 그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안 전 대표의 복귀를 희망하는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안철수계 의원들의 '안심(安心) 과시'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가 복귀하기도 전에 국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이미지가 아닌 단순 '안철수계'에 국한된 이미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태규·이동섭 의원이 주최한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3분 49초 분량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페이스북 메시지와 8일 당원에게 보낸 신년 문자 메시지에 이은 3번째 메시지다. 이날 메시지에서 안 전 대표는 토론회 개최를 축하하는 한편,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라며 자신이 구상한 정치개혁의 목표와 의제를 공개했다.

그는 "정치개혁의 목표는 '대한민국이 지금 미래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정치리더십의 교체 △낡은 정치패러다임의 전환 △정치권 세대교체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와 결합해 우리 정치를 지배한 이념과 진영의 정치 패러다임을 실용정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면적 세대교체와 개혁으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가 왔다. 담대한 변화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영상 메시지 공개 전까지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설이 오르내렸다. 안 전 대표가 독일과 미국에서 구상한 새정치의 방향을 언급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미래구상에 대한 알맹이 없는 형식적 축사라는 추측도 있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나 거론될 법한 1년 반 동안의 개략적 미래 구상이 토론회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미래 구상을 담은 영상 내용이 공개되면서, 안철수계 의원들이 토론회를 앞두고 안 전 대표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 안철수계 한 의원은 본지와 만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모여서 토론이나 세미나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안 전 대표가 (우리의) 리더이기 때문에 안 전 대표에게 동영상을 요청했다"고 요구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8일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원에게 보낸 새해 메시지를 놓고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8일과 9일 양일간 "저에게 안 전 대표가 당원께 드리는 새해 인사말을 보내왔다"고 거듭 강조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당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 전 대표 복귀를 누구나 환영하지만, 의원 몇 분이 마치 안 전 대표를 모두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귀국 전 안 전 대표의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는데, 특히 몇몇 의원들을 통해서 나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안 전 대표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측면 없이 안철수계에 국한하는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가 남긴 메시지만으로 귀국 후 행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는 당 복귀를 비롯해 신당 추진, 반문 연대 및 보수 통합 참여 등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낸 일련의 메시지들이 반드시 타의에 휘둘렸다기보다 복귀 전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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