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이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믹 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배우 안재홍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관객 앞에 선다.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를 통해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완벽한 완급조절로 웃음과 감동, 공감까지 선사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지난해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손범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안재홍은 2020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영화 ‘해치지않아’와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개봉을 앞두고 있고, JTBC 예능프로그램 ‘트래블러-아르헨티나’로 시청자와 만난다. 코믹과 스릴러, 예능까지 다양한 장르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다.

첫 행보는 오는 15일 개봉하는 ‘해치지않아’다.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로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극중 안재홍은 대형 로펌의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로 분했다. 정규직이 아닌 이유로 온갖 무시를 당하는 것은 물론, 하다 하다 ‘동물 없는 동물원’의 새 원장 자리까지 떠맡게 된 인물이다. 생계형 수습 변호사부터 야심만만한 동물원 초짜 원장, 콜라 먹는 북극곰까지 극한직업에 도전한 안재홍은 한층 무르익은 코믹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안재홍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뿐 아니라 태수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설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안재홍이 ‘해치지않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안재홍이 ‘해치지않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안재홍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며 ‘해치지않아’를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굉장히 신선했고, 세련됐다고 생각했다. 기발하다, 재밌다. 정말 보지 못했던 소재구나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폭넓게 보기에 정말 좋을 것 같다는 거다. 특정 층만 좋아하는 유머보다 다채로운 유머들이 담겨 있어서 남녀노소 누가 봐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과 봐도 좋을 것 같다.”

-태수가 청년층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는데.
“의도하진 않았다. 청춘의 얼굴을 담고 싶다는 마음보다 태수라는 인물에 더 집중했다. 함께 공부를 했던 친구는 대형 로폄의 정규직 변호사인데, 태수는 불안정한 수습변호사다. 누군가가 그런 자신의 처지를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고, 신경 껐으면 하는 마음들과 그런 마음에서 오는 예민함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친구 입장에서는 손을 내밀어 주는 건데, 태수는 삐딱하게 받아들인다.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클수록 동물 슈트를 입고 프로젝트를 하자고 하는 태수의 말에 힘이 실릴 것 같았다. 절박함이 커질수록 황당해 보일 수 있는 계획을 진행하는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태수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청춘의 얼굴을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촬영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황당해 보일 수 있는 계획’이라고 표현했는데,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다.
“그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손재곤 감독님이 태수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인물이고, 이야기를 운반하는 역할로서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도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서 더 힘을 준다거나, 포인트를 준다는 생각보다 인물이 가진 절박하고 절실한 감정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실함이 포인트였다. 그래야 태수의 말에 설득력과 현실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 태수가 구치소에서 재벌 면회를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 장면들이 태수의 심정을 잘 쌓았던 지반이라고 생각한다. 태수가 동산파크에 가서 모험을 하는데, 로펌에 있을 때 보다 더 신나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미션을 수행하고 로펌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러니하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더 느끼게 되는 지점을 찾고 싶었고,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싶었다.”

-태수처럼 절실함과 절박함을 느낀 순간이 있나.
“나에게 멀리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연기가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 가고 준비하고,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다. 영화사 사무실에 들어가면 굉장히 뻘쭘하다. 연출팀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고, 프로필을 어디에 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프로필을 돌려야 오디션 기회를 한 번이라도 잡는다. 그때 순간들을 상기하며 연기했다. 그 순간들이 있어서 이 영화로 첫 타이틀롤을 맡은 내가 마치 동산 파크에 들어간 강태수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 감정들을 잘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해치지않아’에서 태수로 분한 안재홍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않아’에서 태수로 분한 안재홍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 탈이 굉장히 리얼해서 놀랐다.
“실제로 촬영할 때 기린 탈을 보고 동물원 기린들이 반응을 했다. 고릴라나 사자는 (실제 동물과) 촬영할 수 없지 않나. 하하. 방사장에서 기린들이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기린 탈을 세워서 촬영할 계획이었는데, 옆에 놓여있던 기린 탈을 보고 기린들이 반응을 하더라. 가까이 가서 보려고 하고, 새로운 친구인가 관찰하더라. 신기했다.

한 동물 당 3~4개월의 공을 들여야 만들 수 있다. 워낙 고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탈이 어떻게 제작될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영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제작 중이라 볼 수 없었는데, 촬영하는 동물원에 고릴라 탈이 가장 먼저 왔다. 트럭 문이 열리고 고릴라 탈을 본 순간 ‘이 이야기가 말이 되겠다’는 느낌이 왔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마음이었을 거다. 김기천(동물탈 메이커 고대표 역) 선배가 엄청난 능력자였다. 하하.”

-실제 반려묘도 키우고 있는데, 동물에 대한 애정이 이 영화를 택한 이유이기도 한가.
“당연히 있다. 평소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실제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고, ‘트래블러’ 촬영차 아르헨티나에 갔는데 그곳에서 펭귄들이 사는 섬에도 갔었다. 환상의 세계에 온 느낌을 받았다. ‘해치지않아’는 동물이 나오는 영화라 더 신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새로웠고,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신박했다.”

-영화가 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 동물권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겠다. 
“태수가 동물원 원장으로 부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메인 플롯인데, 영화를 보고 나니 손재곤 감독님이 그 이야기를 서브플롯으로 숨겨놓은 것 같더라. 촬영할 때 태수와 소원이 대화하는 장면을 철장을 걸고 찍으시더라. 오히려 동물들은 철장 없이 찍으셨다. 사람들이 동물원에 갇힌 느낌이고, 동물들이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아이러니를 감독님이 의도하신 게 아닌가 싶었다. 동물권이라든지 동물원에 대한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 ‘한번 생각해보자’는 뉘앙스로 메시지를 숨겨놓은 것이 참 좋았다. 정말 재밌게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감도는 여운이 너무 좋았다. 넌지시 던져놓은 감독님의 시선과 태도가 정말 좋았다.”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배우 안재홍. /제이와이드컴퍼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배우 안재홍. /제이와이드컴퍼니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하면서 자유로운 기분도 들었을 것 같다.
“묘했다. ‘복면가왕’에 나가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하하. 나의 모습을 감출 수 있잖나. 그래서 신나기도 했고 재밌었다. 동물 탈이 굉장히 무겁고 컸다. 내가 움직인 대로 북극곰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차이와 규모를 감으로 익히는 게 제일 중요했는데, 북극곰 탈을 입었다는 것 자체가 신났다. 언제 또 입어보겠나 싶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코믹 연기의 대가 박영규와 함께한 소감은. 
“어릴 적부터 정말 좋아했다. ‘순풍산부인과’는 지금 봐도 재밌잖나. 시대를 초월한 전설과 만난 기분이었다. 너무 영광이었고, 선생님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마음을 활짝 열고 같이 호흡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대사를 만들어서 연기하기보다 박영규 선배가 하시는 대로 그대로 느끼려고 했다. 영화 초반 태수와 서원장이 술에 취해 동산파크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재밌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대선배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
“(박영규) 선생님이 굉장히 멋있으시고 젊으시다. BTS를 좋아하셔서 BTS 노래도 많이 부르시고, 요즘 개봉하는 영화도 다 찾아보시더라. 어렵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정말 재밌었고, 멋있는 분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많이 됐다.”

-짠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은 없나.
“고민이라기보다, 바라는 점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늘 있다. 재밌는 역할만 하겠다는 고집은 없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재밌는 역할을 하면서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할 기회를 많이 접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양한 모습을 많이 선보이고 싶다. 자신도 있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되겠나.
“‘사냥의 시간’은 완전히 다른 결의 영화다. 내가 맡은 역할도 새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또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은 ‘트래블러’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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