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소라가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강소라가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강소라가 사랑스럽고 유쾌한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써니’(2011) 하춘화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2014) 안영이까지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해치지않아’에서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로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극 중 강소라는 어린 시절부터 동산파크의 마스코트 북극곰 까만코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여겼던 동산파크의 터줏대감 수의사 소원을 연기했다. 폐업 위기에 처한 동산파크를 악착같이 지키다 새 원장 태수의 제안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하고 외면하지만, 동산파크를 살리는 방법이 그것뿐이라는 생각에 결국 동물로 위장근무하는 기상천외한 미션에 동참하게 되는 인물이다.

강소라는 까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수의사 소원과 오로지 정면승부에만 몰두하는 사자까지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1인 2역 연기를 펼치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평소 털털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는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녹여낸 듯,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소라는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뒤 영화 ‘써니’ ‘파파로티’ ‘자전차왕 엄복동’ 등과 드라마 ‘닥터 이방인’ ‘미생’ ‘맨도롱 또똣’ ‘변혁의 사랑’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당찬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강소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당찬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강소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어느덧 11년 차 배우가 된 그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겁 많던 20대를 지나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해치지않아’를 시작으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사람이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한다’는 이야기가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처음 봤을 때는 사실 감이 안 왔다. 손재곤 감독과 안재홍, 함께 나오는 배우들의 팬이라서 하기로 한 거다. 촬영하면서 이래서 이 영화가 재밌는 거구나 생각했다. 또 동물 탈의 퀄리티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동물 탈이) 너무 어설프지도 않고 너무 완벽하지도 않게 수공업 느낌이 나도록 잘 나온 것 같다. 실제 동물원에서 보는데 그럴싸하더라.”

-소원 캐릭터가 원작보다 확장됐는데, 어떻게 구축해나갔나.
“우선 동물원에 대한 애정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제일 중요시했다. 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데 까만코(북극곰)를 지키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일도 한다. 진지하게 임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영상도 많이 참고했다. 야생동물 경험도 해보고 싶었는데, 실제 문의를 해보니 위험할 수 있어서 관련자가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힘들다고 하더라. 간접적으로 자료를 통해서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수의사 역할을 위해 실제 수의사들에게 조언도 구했다고.
“영화에서 소원에게 필요한 부분을 많이 물어봤다. 까만코를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수의사의 역할이고 사육사의 역할인지 알아봤다. 동물권에 대해 평소 크게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수의사분들과 만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동물들의 정형 행동에 대해 연구한지 오래되지 않았더라.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데, 그 병이 안 일어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하더라.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도 동물들이 야생에서 사는 것과 흡사하게 할 수 있을지 다각적으로 시도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해치지않아’에서 수의사 소원을 연기한 강소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않아’에서 수의사 소원을 연기한 강소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야생동물을 위해 기부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영화를 접하는 과정에서 (기부에 대해) 알게 됐다. 야생동물이나 멸종 위기 동물들을 위해서 기부하는 건데, 일부 사람들이 야생동물의 가죽을 얻기 위해 덫을 설치해놨다고 하더라. 그 덫을 제거하는 분들의 지원금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내가 기부한 금액이 쓰이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너무 재밌게 찍었다. 이렇게 찍어도 되나 싶어도 될 정도였다. 물 흐르듯 지나가서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촬영했다. 박영규 선배님도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첫 만남에서 어색할 수 있는데 분위기도 잘 풀어주셨다. 또 일상 자체가 워낙 유머러스한 분이라 뭐만 하면 빵빵 터졌다. 모든 배우들과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 가족극처럼 붙는 신이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어떤 장르라도 이분들과 함께만 한다면 뭐든 다 좋다.”

-동물 탈을 쓰고 촬영했는데, 몸도 편했다니 의외다.
“처음엔 불편한데 입다 보면 괜찮다. 화장실 못 가는 것 빼고는. (웃음) 아무래도 카메라가 안 보이니까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오히려 편하게 있었다. 장시간 쓰고 있지 않아서 힘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겨울에 촬영해서 따뜻하고 좋았다.”

-어느덧 데뷔 10년이 됐고, 30대가 됐다. 달라진 점이 있나.
“20대에는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았다.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두려워서 선택에 과감하지 못했던 면들도 있고. 그런데 이제는 나라는 사람이 완벽할 수 없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실수가 될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연해지자는 마음이 생겼고,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데뷔 11년 차 배우 강소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데뷔 11년 차 배우 강소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된 계기가 있었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1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 같은 양을 하더라도 몸이 받아들이질 못하더라. 그러면서 생각할 시간들이 많아지게 됐다. 예전에 공백기가 생기면 배우는 것도 많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비우고 나니까 생각할 시간들이 더 많아졌고, 나 자신에게 더 관대해졌다.”

-최근에는 공백기가 생기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명상을 시작하게 됐다. 명상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나는 먼저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요즘 정보량이 너무 많잖나. 내가 알아야 할 정보도 있지만,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들도 있다. 걸러낼 건 걸러내고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본다든지, 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오래 씹게 되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느끼게 되더라. 작은 것부터 집중을 시작하니 마음이 여유로워지더라. 그런 게 명상의 시작인 것 같고, 아침이나 자기 전에 명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드라마를 많이 해서 영화라는 장르를 더 경험하고 싶다. 작품 수가 없다 보니 더 접해보고 싶다. 또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얘기를 많이 하면서 작업하고 싶다. ‘해치지않아’ 기억이 너무 좋아서 더 그런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모두 다 친해지고 즐겁게 촬영을 해서 작업 자체를 즐길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영화가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크게 없다.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고른다. 항상 민폐 끼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