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가운데)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오(가운데)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권이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진영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부터 공천권, 지도부 구성까지 이견이 첨예해 실제 통합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고된 모습이다.

국민통합연대(창립준비위원장 이재오)는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도·보수대통합 정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보수진영은 이날 연석회의를 통해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박형준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혁통위에는 보수통합의 양대 축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동참해 더 관심을 끌었다.

새보수당을 구성하는 의원 8명은 바른정당 출신이다. 이들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시절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당과의 이견으로 집단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바 있다. 탄핵이 보수진영을 갈라친 계기가 된 만큼,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가 보수통합의 막힌 혈을 뚫는 열쇠로 여겨졌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일찌감치 '보수재건 3원칙' 중 첫째로 '탄핵의 강 건너기'를 제시했다. 탄핵 찬반의 옳고 그름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현재 무너진 보수의 재건에 진력하자는 취지다. 그밖에 새보수당은 △개혁보수 수용 △헌 집 허물고 새 집 짓기 등 보수재건의 기본 원칙을 내걸고 한국당의 공식 수용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한국당이 '3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통합 불가'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때문에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참여하는 혁통위가 출범하자 보수통합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즉각 '유승민 3원칙'에 대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확답을 요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황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진정성 있게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혁신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하 책임대표는 "성공적 통합을 위해서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는 신념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그래서 다시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한 황 대표의 진정성 있는 확답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요구하는 황 대표의 확답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 대표가 '유승민 3원칙'을 공식 수용할 경우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빗발칠 우려가 있고, 수용을 거부하면 통합 논의가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혁통위 구성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전에 황교안 대표가 연설문 등을 통해 수용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실제 황 대표는 '유승민 3원칙'에 대해 "제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수용 의사를 거듭 내비친 바 있다.

한국당 내부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승민 3원칙'에 대해 반발 기류가 거세다. 친박계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들(새보수당)이 원하는 3원칙을 들어주면 안 된다"며 "황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나중에 큰 후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탄핵한 것을 잘했다고 하면 지금 새보수당인지, 이전 바른미래당인지 더 잘돼 더 큰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았어야 한다"며 왜 당을 나갔다가 여기저기 전전하다 이제 와서 원래 있던 큰 집에 돌아오려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탄핵의 강'을 우여곡절 끝에 넘었다고 해도, 실제 통합까지 이르려면 가시밭길을 더 걸어야 한다.

새보수당은 한국당의 '3원칙 수용'과 '개혁적 통합'을 전제로 혁통위가 구성되면 공천권 등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공천권과 기득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포기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하태경 책임대표는 지난 8일 당대표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원칙이 합의된다면 새보수당 주도로 혁통위를 구성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보수당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신생 정당인 새보수당 주도로 통합기구를 만들겠다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한국당이 '유승민 3원칙'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주도권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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