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검찰 신년인사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검찰 신년인사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검찰이 10일 오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청와대 선거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지난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수사 이후 한 달 만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을 청와대로 파견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검찰은 청와대 연풍문에서 수사상 필요한 증거목록을 청와대 측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시설로 검찰의 경내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없는 장소다. 따라서 그간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돼왔다. 

◇ 정권수사 계속하겠다는 의지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공약 설계에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보가 2017년 10월 송 시장의 선거공약을 논의한 자리에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자리했다는 게 근거 중 하나다. 현직 청와대 관계자가 송 시장의 공약설계에 도움을 줬다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방선거를 6개월 여 앞둔 시점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는데, 검찰은 송 시장의 공약수립과 이행에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도움을 줬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자문기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윤석열 라인 찍어내기’ 인사 논란으로 예민한 시기 강행됐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인사에 대한 검찰식 반발이며, 동시에 정권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겠다는 윤석열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전보로 정권 수사 라인이 교체되지만, 수사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 당청과 윤석열 갈등 계속될 듯

10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행동에 불쾌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뉴시스
10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뉴시스

이에 따라 정부여당과 검찰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비직제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을 검찰에 ‘특별히’ 지시했다. 부득이한 경우 검사 상호간 직무대리가 가능한데,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한 검찰근무규칙이 근거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정권 수사를 위해 이른바 ‘특별수사팀’ 등 새로운 수사조직을 꾸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사과정에서 드러난 윤 총장의 처신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이해찬 대표는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다. 검찰총장이 의견이 있으면 법무부장관실에서 의견을 제시해야지 제3의 장소로 명단을 가지고 나오라고 요청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면서 “인사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 장관으로부터 인사 관련 상황을 보고 받은 이낙연 총리도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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