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용지 브랜드 '밀크'를 제조하는 한국제지가 세하 등 백판지 업체 인수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 한국제지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를 제조하는 한국제지가 세하 등 백판지 업체 인수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 한국제지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제지의 ‘탈인쇄용지’ 기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골판지에 이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백판지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리며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재무 여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 백판지 넘보는 한국제지… 왜 ?

한국제지가 부쩍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고 있다. 백판지 업체 세하 인수전에 뛰어든 데 이어 동종 업계인 신풍제지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지는 이달부터 가동이 중단된 신풍제지의 평택공장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백판지 업계 3위인 세하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뛰어든 한국제지는 인수자문사 선임을 마치는 등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제지가 백판지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건 관련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제지는 주요 사업인 복사용지(밀크)가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 11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류제조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국내 제지 ‘빅3’(한솔‧무림) 중 유일하게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펄프 가격이 하향 안정화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229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백판지는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야다. 제과나 화장품, 완구 등 경공업 제품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는 주원료인 고지(폐지)는 국내수거율이 높아 펄프 보다 원자재 리스크에서 자유롭다고 평가 받는다. 또 고지를 주원료로 이용하다 보니 환경 친화적 특성을 갖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외 사업 전망도 좋은 편이다. 2005~2008년 중국에서의 공급과잉 현상과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가 맞물려 침체기에 빠진 백판지 산업은 이후 아시아 지역이 경기를 회복하면서 서서히 되살아났다. 온라인 및 홈쇼핑 시장 등 택배 관련 산업과 농수산물 포장에서 산업용지 사용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업계에서 백판지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다. 한국제지의 탈인쇄용지 전략은 2018년 외부에서 영입된 안재호 대표의 의중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제지의 사업다각화 행보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제지의 재무여건이 건전한 수준과 거리가 멀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세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6억원으로 세하의 예상 매각가격(약 2,000억원)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단기금융상품(107억원)을 더해도 현금 동원 능력이 한 참 떨어진다. 실탄으로 쓰일 수 있는 이익잉여금도 지난 3년 사이 300억 가량이 증발해 4,119억원으로 감소한 것도 부담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인수합병안에 대해 한국제지 관계자는 “M&A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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