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금요일 밤에’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와 장은정 PD, 나영석. / CJ ENM
‘금요일 금요일 밤에’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와 장은정 PD, 나영석.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예능 트렌드를 선도하는 케이블채널 tvN과 나영석 PD가 다시 한번  색다른 실험에 나선다. 여러 개의 짧은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 환경 속 시청자 취향 저격에 나선다. 나영석 PD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tvN 새 예능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노동·요리·과학·미술·여행·스포츠 등 각기 다른 소재의 6개의 숏폼(short-form)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tvN 간판 나영석 PD와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 ‘스페인 하숙’ 장은정 PD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70~8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10분 내외의 짧은, 서로 다른 주제의 코너들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앞서 ‘체험 삶의 공장’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 친구네 레시피’ ‘신기한 과학나라’ ‘신기한 미술나라’ ‘이서진의 뉴욕뉴욕’ ‘당신을 응원합니당’ 여섯 개의 코너가 공개돼 관심이 쏠렸다.

코너 수만큼 풍성한 출연자 라인업도 눈길을 끈다. 양정무 교수와 김상욱 교수부터 한준희 축구 해설가와 박지윤 아나운서, 방송인 홍진경·장도연, ‘나영석 사단’ 이서진과 이승기·은지원·송민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출연자들이 대거 출연, 다채로운 재미를 안길 전망이다.

색다른 포맷으로 신선한 재미를 예고하는 ‘금요일 금요일 밤에’. /CJ ENM
색다른 포맷으로 신선한 재미를 예고하는 ‘금요일 금요일 밤에’. /CJ ENM

‘체험 삶의 공장’은 이승기의 일일 공장 체험을 다룬다.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 친구네 레시피’에서는 홍진경이 매회 다른 게스트의 집을 방문해 유년시절 소울 푸드 레시피를 전수받으며 정겨운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에는 각기 ‘알쓸신잡3’에 출연한 김상욱 교수와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양정무 교수가 출연한다. 이들은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 세 사람에게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과 미술 상식을 무겁지 않게 풀어낼 전망이다.

‘이서진의 뉴욕뉴욕’ 코너에서는 뉴욕대를 졸업한 이서진의 생생한 뉴욕 여행기가 공개되고, ‘당신을 응원합니당’에서는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히 축구 해설가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스포츠 중계에 나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오늘(10일) 오후 첫 방송을 앞두고 공동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PD와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제작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 (왼쪽부터) 나영석 PD와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CJ ENM
‘금요일 금요일 밤에’ (왼쪽부터) 나영석 PD와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CJ ENM

-색다른 형식의 프로그램인데, 기획 의도는.
나영석 PD “요즘 프로그램들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한 시간짜리가 70분이 되고 80분, 90분씩 하는데, 드라마로 치면 대하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큰 프로그램 말고 가벼운 코너들을 해보고 싶었는데 방송사의 편성이 기본적으로 60분 이상이기 때문에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 프로그램 안에 개별 프로그램들이 작게 둥지를 트는 방송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되면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나온 코너들은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기엔 부담스러운 소재다. 하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은 것들을 하나로 모아서 만들면 시청자들이 조금 더 다양한 걸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실험을 하게 됐다.”

-유튜브 유행에 따른 위기감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나. 참고한 채널이 있나. 
나영석 PD “방송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정 부분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시청 패턴이 변하고 있다. TV만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접한다. ‘신서유기’를 하면서 시청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데, 대부분 클립 형식의 영상을 보시더라. 전체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기 힘든 환경이라면, 제작자가 시청자의 니즈(needs)에 맞춰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늘 방송을 보고 시청자 피드백 받아서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시청자에게도 새롭지만, 만드는 제작진에게도 낯선 방식일 텐데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제작하고 있나.
나영석 PD “출연진도 스태프도 최소화해서 팀을 꾸렸다. 또 기존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문법은 간략하게 축소했다. 오프닝하고 소개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인사하고 바로 시작하려고 했다. 15분 안에 다 넣어야 하니까 본론과 핵심만 담고자 했다. 경량화해서 찍었고, 압축해서 보여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장은정 PD “모든 제작진이 15분짜리 촬영을 한 적이 없어서 첫 촬영 때는 평소 때와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데 15분 콘텐츠에 맞게 촬영을 했고, 평소보다 촬영 시간도 단축됐다. 그래서 다음 촬영부터는 거기에 맞춰진 마음으로 라이트 한 촬영을 하고 있다.”

또 한번의 도전을 앞둔 나영석 PD. /CJ ENM
또 한번의 도전을 앞둔 나영석 PD. /CJ ENM

-‘금요일 금요일 밤에’로 타이틀을 선정한 이유는. 
나영석 PD “과거 버라이어티 전성기에는 짧은 코너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원해서 지금처럼 긴 호흡의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이 어떻게 보면 옛날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예능계 레전드인 과거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오마주해 프로그램 제목을 정했다.” 

-출연자 선정은 어떻게 했나.
나영석 PD “그동안 저희와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 절반 이상이다. MC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친숙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분이 출연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새로운 시도라서 잘 안될 가능성이 크다. 리스크가 크니까 가능하면 덜 미안하게 친한 사람들 위주로 연락을 드린 부분도 있다.”

-코너 배열은 어떤 기준으로 했나.
김대주 작가 “고민을 많이 했다. 일주일 동안 제작진이 모여 편집된 방송을 보면서 시청 흐름에 대해 고민했다. 누군가는 흐름이 빨라서 버겁고, 누군가는 조금 더 빠른 흐름으로 임팩트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다. 바이오리듬에 맞게 흐름을 조절하려고 했다. 매회 같은 순서가 될지, 조금씩 순서가 변경될지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첫 방송은 어느 한 코너가 흐름이 느리면 다음 코너는 빠르게 조합하면서 프로그램의 전체 흐름을 고려했다.”

-산만하게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다. 또 각각 코너로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도 같은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나.
나영석 PD “파편화된 프로그램이라 캐릭터가 뭉쳐서 시너지를 내고, 서로 재미를 주고받으면서 폭발력을 키워나가는 기존의 문법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겠다는 생각은 각오를 하고 만들었다. 물론 MC 본인의 개성이나 재능에 따라 기존 효과를 내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사람보다 소재, 보여주고 싶은 정서들을 우선시한다. 분명 기존 프로그램보다 폭발력은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만든 프로그램이라 이 고민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주길 바랄 뿐이다. 산만하다. 사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코너만 보면 된다. 제작진의 입장으로는 모든 코너를 다 봐주셨으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시청자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 선택적 시청 정도는 가능하게 해줘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앞으로의 방송은 그런 식으로 넘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저희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김대주 작가와 장은정 PD가 시청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CJ ENM​
​김대주 작가와 장은정 PD가 시청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CJ ENM​

-가장 재밌는 코너를 추천하자면.
김대주 작가 “여섯 개 코너들이 각각 특성이 달라서 다른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1회에서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을 특히 재밌게 봤다. 볼 때마다 울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그걸 응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

장은정 PD “나는 ‘체험 삶의 공장’이다. 이승기도 분명 매력이 있긴 한데, 그곳에 나오는 다른 분들도 너무 매력 있다. 또 공장이 정말 신기하더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어서 보는 분들도 신기할 것 같다.” 

나영석 PD “각각 담당 코너가 있다. 장은정 PD는 공장이 담당이고, 나는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다. 그래서 ‘이서진의 뉴욕뉴욕’이 제일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함께 촬영을 하고 와서 응원하고 있다. 나도 ‘당신을 응원합니당’을 볼 때마다 운다. 최소 세 번씩 시사를 하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다 재밌다.”

-시청률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나.
김대주 작가 “얼마 전에 꿈을 꿨다. 시청률이 7.8%가 나와서 너무 신나서 작가들과 얘기하는 꿈을 꿨다.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

장은정 PD “전 프로그램인 ‘신서유기’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 그렇다면 너무 좋겠다.”

나영석 PD “오늘 아침 여섯시에 김대주 작가와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서 꿈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내가 ‘꿈도 야무지다는 표현이 이런 데서 나오는구나’라고 했다. 7~8%는 너무 힘들 것 같고, 4~5%만 나와도 좋을 것 같다. 5% 나오면 회식할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첫 방송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김대주 작가 “짧은 프로라고 해서 긴 이야기를 끊어서 낸 게 아니라 그 안에 완결성을 정확하게 보이고자 했다. 본론을 뚜렷하게 전달하자는 게 목표였다. 각 코너마다 개성이 굉장히 뚜렷하다. 한회 안에 모든 것들이 완결된다. 이야기를 일부러 늘인 게 아니라 밀도 높은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짧더라도 하나씩은 얻어 갈 수 있을 거다.”

장은정 PD “골라보지 마시고, 10분~15분이니까 다 봐주시면 좋겠다. 감사하다.”

나영석 PD “여러 걱정이 앞서서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사실 만들면서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떳떳했던 프로그램은 최근 없었던 것 같다. 시청률이 안 나오더라도 코너들이 갖고 있는 의미나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는 선하고 따뜻하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재밌는 것도 있고 재미없는 것도 있을 거다. 개인마다 다를 텐데, 모든 코너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첫 방송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다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방송부터 더 현명한 시청을 할 수 있을 거다. 오늘은 다 보고 그 다음부터 골라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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