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 아미르 카비르 대학 앞에서 1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AP-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 아미르 카비르 대학 앞에서 1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시민들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로 이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정부의 오인사격과 이를 은폐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외적으로 고립되는 형국이다. 

1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지도자들에게, 시위자들을 죽이지 말라”며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감옥에 갇혔고, 세계를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라! 위대한 이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11일(현지시각)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용감하고 고통 받은 이란 국민에게. 나는 대통령이 된 이후 당신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면서 “나의 정부는 계속해서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의 시위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여러분의 용기는 고무적”이라며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AP 등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오인 사격으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이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여객기 격추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추모와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이 배치됐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는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정부)에 있다”고 외쳤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심지어 미국에 의해 사살돼 국민적 추모 대상이 됐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진을 찢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란 반정부 시위 계기인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은 지난 8일(현지시각) 발생했다. 여객기에 탑승한 176명이 사망했으며, 특히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던 것과 같은 날이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격추한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왔다.

이란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에는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며 격추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었다. 하지만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며 3일 만에 뒤늦게 시인했다. 이란 정부의 오인사격에 더해 이를 은폐했던 모습까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신과 국제적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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