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고독한 최고위원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손 대표의 거취를 놓고 모든 최고위원들이 보이콧에 나선 탓이다.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의 '호남당 회귀'를 막기 위해 고행길을 자처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김관영 최고위원, 채이배 정책위의장,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 등의 계속되는 최고위 불참에 경고장을 날렸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들 지역사정이 바쁘지만 당에 나와 당무를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여러가지 당무를 의결해야 하는데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지역사정보다 당을 생각해 달라"고 작심발언했다.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계속해서) 참석이 불가할 경우 다른 대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바른정당계 탈당 이후 당무 정상화를 내심 기대했으나, 당권파와 호남계 사이에서 손 대표를 '분당 책임자'로 지목하면서 최고위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 모습이다.

실제 손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들은 새해 단 한번도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횟수로만 5차례(3일·6일·8일·10일·13일)다. 이들은 새해 첫 일정인 1월 1일 단배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신환 전 원내대표의 탈당으로 최고위원 지위가 된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만이 지난 8일 최고위에 한번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도 지난해부터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소속으로 최고위에 불참하며 지도부 퇴진을 요구해 왔다.

손 대표에게 뼈아픈 것은 지난해 11월 직접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주승용·김관영 의원의 불참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손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됐던 채이배 정책위의장의 불참도 마찬가지다.

특히 손 대표는 지난 11일 김관영 의원의 지역구인 군산에 내려가 출판기념회 축사까지 했으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주승용 의원도 참석했는데, 손 대표는 주 의원 다음 순번으로 축사하는 등 수모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수선한 당 분위기 속에 최근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과 최고위원들의 지역구 행사들이 맞물려 손 대표 거취 논란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손 대표 측은 이날 최고위원들을 향한 손 대표의 경고성 발언에 대해 섣부른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한편, 안 전 대표의 당 복귀 이후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손 대표의 경고는) 최고위원들이 계속 불참하니 하신 말씀이고 실제 어떤 액션을 취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늘 발언이 '(대표)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당 복귀를 확신한다"며 "손 대표 등과 협의해나가면서 당을 차차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당은 안 전 대표의 귀국이 이번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주말까지 미뤄질 경우 손 대표의 '나홀로 최고위'는 2차례(15일·17일) 더 이어질 전망이다.

손 대표는 앞서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당장 당권을 내려놓기보다 정치권에 복귀한 안 전 대표의 입장을 청취한 뒤 거취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호남계는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려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과의 통합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손 대표는 '여지껏 버텨왔는데, 안 전 대표가 복귀하기도 전에 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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