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위해 자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위해 자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14일 중도보수 통합추진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와 관련해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혁통위는 보수진영 정당·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보수통합기구이나, 실질 통합 논의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주도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 복귀를 앞둔 안 전 대표가 사실상 독자노선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안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국가혁신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전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안 전 대표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권 통합 논의에 대해 다시 한번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며 "야권 통합은 세력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그것이 시대의 명령이고 국민의 눈높이이며,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 좌우 진영대결을 펼치자는 통합논의는 새로운 흐름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며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이 파놓은 덫이자 늪으로 빠져드는 길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이 전한 입장문은 전날(13일) 자유한국당과 안철수계 등을 중심으로 '안 전 대표가 혁통위의 보수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잇따른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실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3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안 전 대표에 대해 "(보수통합 논의에)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지만 이제 간접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간접적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안 전 대표가 가려는 방향에 동의하면 논의를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에서 귀국도 하지 않은 안 전 대표의 혁통위 참여 가능성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안철수계 의원은 "본인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보수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지적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서는 '야권 통합은 혁신이 우선'이라는 문장을 놓고 혁통위에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열어놓고 판단할 거라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중도보수 통합에 선을 완전히 그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입장문에는 야권 통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이 전제돼야 하는지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혁통위 6원칙'을 통해 통합 원칙에 대한 사실상의 교감을 마친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향해 안 전 대표가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라고 규정한 데 대해 독자노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통위 6원칙'은 △대통합 원칙은 혁신과 통합 △통합은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 추구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에 대한 대통합 추구 △세대를 넘어 청년 마음을 담을 통합 추구 △탄핵이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 △대통합 정신 실천할 새로운 정당 만들기 등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우선 바른미래당에 복귀해 당권을 쥐고 독자노선을 걷지 않겠느냐"며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자신만의 세력을 재편한다면 굳이 보수통합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안 전 대표의 입장과 국내 정치 상황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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