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개최된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개최된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4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세 번째 신년 기자회견은 ‘평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지루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주요 쟁점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내놨던 입장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은 교과서적인 대통령의 답변이 이어져서다. 다소 느릿하고 높낮이가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조도 한 몫 했다.

기자회견은 ‘북핵 문제’ ‘검찰개혁’ ‘조국 사태’ ‘한일관계’ 등 현안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며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화와 협력을 하는 자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입장을 흔들리지 않고 견지한 셈이다. 

최대 관심 사안이었던 검찰개혁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도 예상 가능한 수준의 원론적 답변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뿐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인 작업이 끝났다”면서도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검찰총장이 앞장서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총장이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라는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이미 신뢰를 얻었다”며 치하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검찰인사와 관련해서는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 있다”며 다소 강경한 발언도 나왔다. 검찰총장의 의견청취 과정이 관례와 달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인 권한”이라며 “이제는 검찰총장의 의견개진과 법무장관의 제청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 청와대와 법무부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며,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이번이 세 번째 기자회견인 만큼, ‘자유질의응답’이라는 형식에서 오는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기자회견 전 문 대통령은 자신의 앞에 놓인 두 개의 모니터를 비춘 뒤, “기자들의 이름과 소속매체, 질문요지가 적히는 곳”이라고 직접 웃으며 설명하는 여유를 보였다. 참모들이 써 준 답변을 읽는 것이라는 일각의 의심을 해명하는 차원이다.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던 1·2회 신년기자회견과 비교하면 문 대통령도 참모들도 훨씬 여유로운 모습임은 분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줄 알았는데,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처음 이 같은 기자회견 형식을 기획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실행하지 못했을 형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전에 약속된 질의서 없이 대통령이 현장에서 기자를 지목해 질문에 답하는 형식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이다.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신중함’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국정에 대한 ‘안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조국 사태’ 혹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다른 정권이었다면 레임덕으로 직결될 수 있는 악재 속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정권이 흔들릴만한 사건이었음에도 지지율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안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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