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여빈이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전여빈이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죄 많은 소녀’(2018)로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배우 전여빈이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에서 ‘남자친구 바라기’ 사육사이자 자이언트 나무늘보로 변신,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인다.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전여빈이다.

전여빈은 2015년 영화 ‘간신’으로 데뷔한 후 영화 ‘밀정’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여배우는 오늘도’ ‘여자들’, 드라마 ‘구해줘’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성,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이후 ‘죄 많은 소녀’에서 친구의 실종 사건에 휘말려 가해자로 몰린 소녀 영희 역을 맡아 스크린을 압도하는 열연을 펼친 그는 주요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의 괴물 신인으로 떠올랐다. 또 첫 드라마 주연작 ‘멜로가 체질’에서는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도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전여빈의 다음 행보는 영화 ‘해치지않아’다. 오늘(15)일 개봉한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로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극 중 전여빈은 사육사 해경을 연기했다. 평소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하지만 남자친구의 톡에는 0.1초 만에 반응하는 ‘남친바라기’ 사육사다. 동산파크에 새로 부임한 원장 태수가 제안하는 말도 안 되는 미션에 동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이언트 나무늘보로 근무에 나선다.

전여빈은 나무늘보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톡톡 튀는 연기로 표현해 매력을 배가시켰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그다.

전여빈이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전여빈이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전여빈은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으로 작업했다”면서 ‘해치지않아’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또 오랫동안 기다려 온 만큼 연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고, 재밌고 착하기까지 한 영화였다. 다음날도 괜스레 생각나는 영화라 너무 좋았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했는데.
“정말 재밌게 했다.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이 돼서 동물원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게 기상천외하고 재밌잖나. 우리도 현장에서 모두 재밌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호흡도 좋았다. 진짜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었다.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었는데,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건데 일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더라. 너무 재밌어서 돈을 받으면 안 될 것 같았다.(웃음)”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설정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동물 탈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아야 할 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큰 우려는 없었다. (손재곤)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외국에서 동물인 척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몰래카메라를 보여줬다. 사람들이 진짜 믿고 너무 놀라더라. 나도 실제로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보면서 잠만 자고 있던 기억이 있어서, 모형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갔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믿을 수 있었고, 재밌는 소재가 손재곤 감독님을 만나면 더 다른 결로 풀어나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 나무늘보 제안을 받고 당황했다고.
“‘죄 많은 소녀’ 개봉 전에 제안을 받았다. 손재곤 감독님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감독님은 ‘구해줘’와 ‘여배우는 오늘도’ 속 내 모습을 기억하고 계셨다. 이후 사석에서 나를 봤는데 작품과 사석에서의 모습이 많이 달랐다고 하셨다. 다르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 좋으셨고, 나와 꼭 작업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 이후 ‘해치지않아’를 준비하시면서, 내게 연락을 주셨고 카페에서 만났는데 ‘여빈 씨에게 제안하고 싶은 역할은 나무늘보입니다’라고 하시더라. 순간 너무 당황했다. 역할을 주신다고 해서 만났는데 나무늘보라니. 하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고 차분히 읽어보고 거절해도 좋다고 하셨는데, 읽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 너무 함께 작업하고 싶었고, 귀엽고 착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고 싶었다.” 

‘해치지않아’에서 사육사 해경으로 분한 전여빈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않아’에서 사육사 해경으로 분한 전여빈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나무늘보 탈을 쓰고 나무에 계속 매달려있어야 했는데, 힘들진 않았나.
“영화상에서는 그랬지만, 촬영은 잠깐이었다. 감독님이 컷 할 때까지 매달려있는 거라 힘들지 않았다. 또 나무늘보는 정말 안 움직이는 동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탈을 입었을 때 힘듦이 크지 않았다. 제작팀에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션 디렉터 팀을 따로 꾸려주셨다. 동물의 움직임을 잘 모사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물 탈을 쓰고 하는 연기와 그렇지 않은 연기를 번갈아가면서 할 수 있게 환경적으로 만들어주셔서 수월하게 촬영했다. 감독님과 제작사 측에서 신경을 정말 많이 써줬다. 복지가 좋은 현장이었다.(웃음)”

-나무늘보가 너무 미인이더라. 첫 나무늘보 탈을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내가 찾아본 나무늘보는 작았는데, 인형 탈은 초 자이언트라 당황함이 컸다. 사람이 입으려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다른 동물들과의 어울림을 위해 또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처음 보자마자 ‘스타워즈’ 츄바카 같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그 반응을 그대로 대사로 살려서 써주신 거다. 나무늘보가 ‘볼매’(볼수록 매력 있다)더라. 볼수록 눈빛이 참 좋고, 예뻤다.” 

-해경과 나무늘보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 자체가 귀여워서 해경의 드라마를 그냥 착실히 따라가려고 했다. 뭔가 더 크게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이 사람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해경은 잘 표현하는 친구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무늘보 탈을 입었을 때만큼은 조금 더 활발해지고, 그냥 있을 때와 조금은 다를 것 같았다. 탈을 쓴 해경은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했다.

손재곤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본 건데, 감독님이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배우의 이미지로 캐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 스타일을 캐스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갔을 때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긴다고 하셨다. 그런 이유로 저희 배우들도 편하게, 신나게 어디에 갇히지 않고 촬영했던 것 같다.”

충무로 괴물 신인 전여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충무로 괴물 신인 전여빈. /제이와이드컴퍼니

-본인의 연기 스타일은 어떤가.
“배우라는 꿈을 꾼 지는 오래됐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라 연기 스타일이라고 말하긴 그렇다. 그냥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또 감독님들의 디렉션도 잘 흡수하는 편인 것 같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다. 유연한 성격인 것도 장점이 될 수 있겠다.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이 해봐야 알 것 같다. 한석규 선배도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고 하시더라. 선배들도 계속 고민을 하시는데…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철없는 신인 여배우 역을 맡았었는데, 대사 중  문소리 선배에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때 문소리 선배가 ‘그냥 하는 거지 뭐, 계속하는 거야’라고 답하신다. 요즘 그 말이 많이 생각난다. 계속 고민하고, 발전하고, 발견하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나.
“예전보다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고 있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갖고 있어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 이 일을 할 수 없지 않나.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죄 많은 소녀’ 촬영할 때가 스물아홉 살이었는데,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나는 그때 내 몫을 너무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어쩌면 내가 이 일에 재능이 없는걸 수 있고, 꿈은 내 욕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서른 살까지도 일을 못하고 있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겠다고 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 좋아하는 일로 기회들을 만나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인간 전여빈과 배우 전여빈이 조화를 잘 이루고 싶고, 건강하게 잘 걸어 나가고 싶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우직하게,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잘 가고 싶다. 이 일을 너무 사랑하고, 연기를 오랫동안 갈망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온 기회를 오랫동안 잘 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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