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안철수계가 공석이 된 원내대표직을 놓고 파열음을 내는 모습이다. 15일 당이 원내대표 보궐선거 공고를 내자 안철수계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 전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안 전 대표가 오지 않았는데도 원내대표 선거를 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당을 또 다른 분란으로 몰고 가는 '해당(害黨) 행위'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새로운보수당 합류를 위해 탈당한 직후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은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안 전 대표의 귀국은 설날 전까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당 지지율은 5%를 맴돌고 있다. 인재영입도 잘 되지 않는 상황인데 어떻게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면서 "안 전 대표만이 유일한 답이다. 저는 안 전 대표가 귀국해 자리를 잡을 때가지 권한대행 역할을 계속 이어갈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작심한 듯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매고 최고위에 참석했다. 8일 최고위 참석 이후 올해 두 번째 참석이기도 하다.

이 권한대행이 "직함에 대한 미련은 1%도 없다"며 "다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당을 다지며 묵묵히 소임을 다하겠다"고 하자, 옆자리에서 발언을 듣고 있던 손학규 대표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와 관련,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관리위원장이 판단할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현재 당 원내대표 선출 선관위원장은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맡고 있다. 당 선관위는 15~16일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20일 보궐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권파는 이 권한대행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에 따라 진행하는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대해 최고위에서 '해당 행위'를 언급한 것에 특히 감정이 상한 기색이다. 이미 당 지도부는 지난주 안철수계 요구에 따라 보궐선거를 일주일 연기한 바 있다.

이 권한대행이 보궐선거 공고를 낸 주승용 부의장을 사실상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 부의장 측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고를 낸 것"이라며 "해당 발언과 관계없이 20일 선거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권파 관계자도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당헌당규보다 우선인 것도 아닌데 복귀할 때까지 선거를 미뤄야 한다는 것은 빈약한 발상"이라며 "당이 민주적 절차를 진행하려는 것에 대해 이 권한대행이 '해당 행위'라고 말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같은 당내 비판이 못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안 전 대표가 복귀한 이후 '안철수의 뜻'이 담긴 원내대표 선출을 하는 게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계산이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를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가 (당에) 안착하려면 계파끼리 또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전 대표가 오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내가 희생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도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오신환 의원 탈당 이후 당을 수습하고 안 전 대표가 올 때까지 며칠만 더 권한대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작 이틀 더 (원내대표를) 하려고 버티겠느냐. 큰 틀에서 헌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한 의원도 통화에서 이 권한대행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굳이 이렇게 빠르게 보궐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당의 체제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에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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