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부터 남쪽으로 65km가량 떨어진 섬에서 ‘탈 화산’이 폭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부터 남쪽으로 65km가량 떨어진 섬에서 ‘탈 화산’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 등 최소 6,000여명을 대피했고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의 케손시 북쪽까지 화산재가 떨어졌다. 

탈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 중 하나로 이번 분화는 1977년 이후 43년 만이다. 특히 탈 화산이 ‘환태평양 불의 고리’위에 위치하고 있어 지구 전체의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불의 고리란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인 환태평양 조산대를 뜻한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활화산(실제로 활동 중인 화산)’과 휴화산은 불의 고리에 속한다. 지진과 화산으로 자주 피해를 입고 있는 필리핀과 일본이 대표적인 불의 고리에 속한 나라이며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결코 아니다.

실제로 불의 고리에 위치한 화산들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일에는 멕시코에서 해발 5,400m 높이의 포포카테페틀 화산이 폭발했다. 지난 12월 초에는 뉴질랜드 화이트 섬의 와카아리 화산이 폭발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모두 한 달 남짓한 사이에 분화한 것이다.

이번에 연이어 화산 폭발로 화산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중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쪽에 백두산이라는 ‘휴화산(활동을 잠시 멈춘 화산)’이 존재하고 있어 화산 폭발로 인한 불안을 안고 있어 남의 일이 아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폼페이가 '신의 분노'를 사 멸망했다고 생각했다. '볼케이노'의 어원이 그리스 신화 속 불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된 것처럼 화산은 인간에게 공포와 숭배의 대상이었다./ 픽사베이

◇ ‘신의 분노’를 뜻하는 화산(Volcano)의 어원

화산이란 지구 내부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분출해 만들어진 지형을 뜻한다. 과거 사람들은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하는 용암과 불기둥, 화산재, 낙석 등의 모습을 보고 신이 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대 로마 사람들은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을 보고 ‘신의 분노’를 사 멸망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산의 영어 표현인 ‘볼케이노(Volcano)’의 어원에서도 고대 사람들이 화산을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볼케이노’는 과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로마 표기인 ‘불카누스(vulcanus)’에서 유래됐다. 또한 과거 시칠리아 섬의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 밑에 거대한 괴수 ‘티폰’이 봉인돼 있어 커다란 폭발음과 불꽃, 용암을 내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큰 피해로 이어지는 '성층화산'  

이처럼 사람들의 공포와 숭배의 대상이었던 화산은 여러 종류로 나뉜다. 화산의 종류는 보통 형태에 따라 분류된다. 화산의 형태는 마그마의 주 성분과 성질, 분출 형태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며 보통 △순상화산 △용암 돔 △성층화산의 3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가장 넓은 너비를 자랑하는 순상 화산’이 있다. 순상 화산은 점도가 낮은 현무암질 용암 분출로 만들어진다. 현무암질 용암은 유동성이 커 넓게 퍼지기 때문에 순상 화산은 너비가 넓고 높이가 낮은 ‘방패’모양을 갖는다. 또한 점도가 낮은 용암덕분에 비교적 조용히 분출하는 화산에 속한다.

전 세계에서 관찰되는 거대한 화산들은 대부분 순상 화산에 속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인 하와이 마우나 로아 화산도 순상 화산에 속하며 우리나라 제주도의 한라산 역시 순상 화산이다. 

두 번째로 ‘종’모양을 가진 ‘용암 돔(Lava dome)’이 있다. 용암 돔은 화산 활동이 거의 끝날 무렵 화산 밑에 저장된 가스의 압력에 의해 점성이 매우 큰 용암이 저온 상태로 천천히 밀려올라갈 때 형성되는 화산을 말한다. 용암 돔은 유문암, 석영안산암, 안산암 등의 점성이 높은 성분의 마그마로 구성된다.

그동안 용암 돔을 부르는 명칭으로 ‘종상 화산’을 교과서, 서적 등에서 자주 사용했으나 현재는 학술적 표현으로는 지양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용암 돔으로는 미국의 세인트 헬렌스산 분화구의 용암 돔, 일본의 쇼와신산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산방산이 있다.

세 번 째로 가장 대표적인 화산 형태의 ‘성층화산’이 있다. 우리가 화산이라 할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원뿔 형태의 화산을 말한다. 성층화산은 여러 차례 분출을 거치며 굳은 용암과 화산재들이 층층이 원뿔 모양으로 쌓이며 형성된다. 지표로부터 최대 5km까지 성장하는 성층화산은 육지에 있는 크고 작은 화산들 중 약 60%를 차지한다.

성층화산의 용암 성분은 현무암과 유문암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안산암과 석영안산암질 성분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평균적으로 현무암질 마그마보다 점도가 약간 높은 마그마가 내부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층화산으로는 필리핀의 마욘 화산과 피나투보 화산, 일본의 후지 산, 인도네시아 자바의 므라피 산이 있다. 백두산 역시 성층화산에 속한다. 서울대학교 해양암석지구화학연구실 박정우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확실하진 않지만 지난 12일 폭발한 필리핀 탈 화산도 성층화산의 종류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좌부터) 대표적인 순상 화산인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용암 돔'의 미국 '세인트 헬렌스 화산', 성층 화산인 일본 '후지산'의 모습./ 픽사베이

성층화산은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화산으로도 유명하다. 성층화산의 경우 화산 가스의 함량이 높아 분화 시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층화산은 ‘플리니식 분화’가 자주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한다. 플리니식 분화는 안삼암질 또는 유문암질 마그마가 암석파편이나 경석, 화산재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힌 화산 폭발의 경우 대부분 성층화산에 의한 것이다. 1991년 6월 18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로 400여명 이상의 사망자와 4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류가 분출해 지표의 낮은 부분을 채워 넓은 대지를 형성하는 ‘용암 대지’, 하와이나 아이슬란드의 갈라진 지면에서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돼 형성되는 열극 등 다양한 형태의 화산체가 존재한다. 

지난 12일 폭발한 필리핀 탈 화산에서 발생한 재로 마을이 뒤덮힌 모습./ 뉴시스

◇ 화산 폭발 시 분출 가스, 호흡기 치명적  

화산 폭발 시 1차 피해는 화산가스, 화산탄, 화산재, 용암 등에 의해 발생한다. 

먼저 화산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독성 기체인 화산 가스는 50~60%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CO₂), 질소(N₂), 황화수소(H₂S) 등으로 구성된다. 호흡기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량의 화산가스 분출이 발생할 시 근처의 출입이 통제된다. 실제로 1986년 아프리카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에서 발생한 화산가스 분출로 1,700여명이 질식해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또한 주변의 호수 및 토양을 산성화 시켜 농작물, 식수 공급 등에 피해를 입힌다. 화산가스는 화산 폭발의 전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는데 화산 폭발이 임박할 경우 주변 호수나 토양이 산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분출된 마그마가 굳으면서 사방으로 떨어지는 화산탄과 화산재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화산재는 호흡기 질환부터 농작물 피해 등을 발생시키며 항공기 등 교통 수단 마비, 햇빛 차단으로 인한 기후 변화 등 아주 넓은 범위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지난 2018년 5월 미 하와이주 레일라니에서 폭발한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도로에서 타고 있다. / 뉴시스

용암의 경우 상상보다는 피해가 적은 편이다. 비교적 흐르는 속도가 느리고 방향을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화산재 등에 비해 상대적일 뿐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건물, 농작물, 도로, 공공시설 등 고정돼 있는 재산피해의 경우 피할 수 없다. 인명피해의 경우도 무시할 수는 없다. 1977년 콩고의 니라공고 화산 폭발 당시 용암 호수의 벽면이 무너지면서 방출된 용암이 시속 60km의 빠른 속도로 마을을 덮쳐 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화산 폭발 시 발생하는 1차 피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바로 ‘화산 쇄설류’다. 

화산 쇄설류란 화산 폭발 시 발생하는 고온의 가스와 화산재, 암석, 파편 등이 뒤섞여 수평 방향 또는 산허리 방향으로 분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화산 쇄설류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플리니식 분화로 인한 붕괴, 용암 돔 붕괴, 화산 폭발 시 쇄설물 방출, 화산 측면 폭발 등 이 대표적이다.

화산 쇄설류의 최대 속도는 시속 700km로 비행기 속도에 맞먹는다. 때문에 미리 화산 폭발 징후를 감지하고 대피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내부 온도의 경우 약 1,000℃를 넘기기도 하며 엄청난 압력으로 순식간에 건물들도 파괴된다.

화산 폭발 시 발생하는 1차 피해중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화산 쇄설류의 모습. 속도가 비행기와 맞먹어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픽사베이

실제로 가장 유명한 화산 쇄설류 피해가 발생한 곳이 이탈리아의 ‘폼페이’다. 79년 당시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 쏟아져 내린 화산 쇄설류에 의해 3m 가량의 화산쇄설물로 도시가 뒤덮혔다. 

미처 대피를 못한 2,000여명의 폼페이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는데 현재ㅏ지도 화산재에 굳어버린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1902년 마르티니크 섬의 몽펠레 화산이 폭발한 당시 화산 쇄설류는 10분도 안돼 섬 전체를 덮어버렸다. 이로 인해 약 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대학교 해양암석지구화학연구실 박정우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화산 피해하면 떠오르는 용암은 퍼지는 범위가 넓지 않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피해가 생각보단 크지 않다”며 “화산 쇄설류의 경우 용암보다 범위와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훨씬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화산 폭발 시 발생하는 1차 피해가 지나간 뒤에 다가오는 2차 피해 역시 엄청나다는 것이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주변 지반이 화산성 지진으로 인해 불안정해진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2차 피해인 산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화산재와 암석 파편들이 뒤섞여 흘러내리게 된다. 특히 화산재가 반죽형태가 돼 흘러내리는 진흙사태인 ‘라하르’는 화산 쇄설류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힌다. 실제로 1985년 콜롬비아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분출 당시 라하르로 인해 약 2,8000여명이 사망했다.

화산성 지진으로 인해 무척 드물긴 하지만 지진 해일 ‘쓰나미’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 위치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당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약 429명이 사망했으며 154명이 실종됐다. 크라카타우 화산에 의한 쓰나미는 1883년에도 발생했는데 이때 발생한 대형 쓰나미로 인해 3만6,000여명이 사망했다.

화산이 분출하는 아황산 가스에 의해 산성비가 내리거나 화산재와 화산가스에 의해 단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1815년 폭발한 탐보라 화산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을 분출해 대류권 온도를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6월에 미국 뉴욕과 데니스빌에 눈이 내렸으며 코네티컷엔 서리가 내리며 이른 바 ‘여름 없는 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백두산이 폭발할 시 20억톤의 물과 함께 엄청난 화산재, 산사태가 발생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뉴시스

◇ 화산 폭발 시 대처 방안은 ‘폭발 징후 포착과 빠른 대피’

우리나라도 북한 지역에 백두산이 존재해 화산 피해는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백두산이 폭발할 시 천지에 고인 20억톤의 물과 화산재 등이 쏟아져 내릴 것으로 예상돼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화산이 폭발한다면 빠르게 대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봤다. 아직까지 화산 폭발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진 대피와 비슷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재난대비 국민 행동요령에 따르면 화산 폭발 시 다음과 같이 대처해야 한다.

먼저 화산재와 화산가스를 대비한 방진마스크, 눈 보호장비, 최소 3일분 이상의 식수, 라디오 및 배터리, 비상용 테이프, 휴대용 손전등, 연료, 체온 유지용 모포 및 의류, 의약품이 든 구급함 등의 물품들이 필요하다.

이후 행동요령으로는 문틈이나 환기구를 젖은 수건으로 막고 창문은 테이프로 막는다. 배수로가 화산재에 막히지 않도록 낙수받이나 배수관을 지붕 홈통으로부터 분리한다. 가급적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또한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침착하게 판단해야 하며 실외에 있을 경우 마스크나 손수건, 옷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동차 및 건물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비책도 중요하지만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감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지질학 전문가는 “화산 폭발 징후를 꾸준히 체크하고 폭발 징후가 감지될 시 빠르게 대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 화산이 폭발해 화산 쇄설류나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해서 대피하려고 한다면 너무 늦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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