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년학생들이 백두산 답사행군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캡쳐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백두산 답사행군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기관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백두산 답사행군’을 종용했다. ‘백두산 답사행군’은 삼지연시 김정일 동상 앞에서 시작해 백두산까지 걸어가는 일정으로 혹독한 추위 속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일정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는 정신교육 차원이다. 

17일 북한 노동신문은 ‘필승의 신심 드높이 백두의 행군길을 꿋꿋이 이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백두산에서 우리 혁명의 시원이 열린 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계급투쟁의 과녁은 변하지 않았다”며 “오늘의 정면돌파전은 우리를 고립 질식시키려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장엄한 투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강산이나 해수욕장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백두산에 올라가 보지 못하고 백두의 칼바람 맛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과정에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보면서 투사들의 강인한 신념과 의지를 체득하고 오늘의 행복이 어떻게 마련되었으며 조국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심장 깊이 새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이른바 ‘백두산 군마행군’ 이후 주민들로 하여금 백두산 답사행군을 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리설주, 군부 요인 등과 함께 백두산 내 항일투쟁 지역을 방문하고,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모습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대화 장기화에 따른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북한식 화법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은 “백두산에는 김일성이 항일 투쟁할 때 사용한 백두밀영이라는 곳이 많다”며 “할아버지 때 일본과 결사항전을 벌인 끝에 광복이 찾아온 것처럼 미국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테니 북한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각오하라는 정치사상 교육”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의 예상대로 북미대화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측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하노이 협상 때와 다른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진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일정과 맞물려 있어 새로운 틀의 북미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제재해제와 핵자산을 맞바꾸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하노이 협상 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북미대화를 기다렸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미국 측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16일 취재진과 만난 해리 해리슨 주한 미 대사는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에 대해 “추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실무그룹을 통해 협의하는 게 낫다”며 “제재 아래서도 관광이 허용되지만, 여행시 가져가는 물품 중에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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