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적용 방식·에어컨 관리 방식 극명한 차이

삼성전자가 1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형 ‘무풍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무풍큐브’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 상품기획 담당자가 2020년형 ‘무풍에어컨’의 '이지케어'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형 ‘무풍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무풍큐브’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 상품기획 담당자가 2020년형 ‘무풍에어컨’의 '이지케어'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반짝 추위’가 며칠간 이어가던 이번 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출시 신제품 에어컨 판매를 시작했다. 한겨울이지만 양사의 에어컨 경쟁은 가열되는 모양새다.

양사는 하루 차이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TV·신가전으로 이어지던 양사의 가전 전쟁이 에어컨으로 확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양사는 서로 자사가 지난해 에어컨 시장을 선도했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에어컨은 어째서 이 추운 날씨에 출시되는 것일까. 에어컨 주문은 보통 여름을 앞둔 1~2분기에 판매량이 높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소비자들이 미리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 2019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 생산라인의 평균가동률은 138.0%였다. 3분기까지 누적할 경우 123.8%다. 여름 시작 전인 1~2분기에 집중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다. 

또한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로 인해 에어컨이 여름철 가전에서 사계절 가전으로 변모하고 있어,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해 겨울부터 치열한 판촉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 ‘음성인식’ vs ‘활동인식’

삼성·LG전자 모두 올해 신제품 에어컨에 인공지능(AI) 탑재를 강조했으며, 서로 다른 청소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워 양사가 지향하는 기술 발전 방향을 드러냈다.

우선 AI의 차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은 AI ‘빅스비’가 적용돼 음성인식으로 기기를 작동할 수 있으며, LG전자 휘센 씽큐에어컨은 ‘3세대 AI 스마트케어’로 사용자의 활동량에 따라 스스로 운전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

삼성 무풍에어컨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R&D캠퍼스에서 공개됐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벽걸이 와이드 에어컨에도 빅스비가 탑재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갤러리(스탠드형)에만 적용됐었다. 이에 에어컨을 통해 공기청정기 등 다른 가전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또 사용자가 집 근처에 오면 에어컨을 동작시킬 수 있는 ‘웰컴쿨링’, 공기질을 인식해서 스스로 동작하는 ‘인공지능 청정’ 등 갤러리와 동일한 AI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방에 있는지 파악해 알아서 작동하는 모션센서도 추가됐다.

반면 LG 휘센 씽큐에어컨은 실내에 사람이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감지해 스스로 운전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잠에 들면 1단계, 서서 요리하거나 일하는 수준은 2단계, 청소하거나 운동하는 수준을 3단계로 구분해 활동량이 많을수록 설정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에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 요청 없이도 알아서 운전한다.

다만 LG전자는 음성인식을 통해 에어컨을 켜고 끌 수는 있도록 했지만, 삼성전자 제품처럼 다른 기기와의 연계되는 기능은 없었다. 

/LG전자
LG전자 휘센 씽큐에어컨에는 뒷면에 필터 클린봇이 장착돼 있어 일주일에 한번씩 극세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해준다. /LG전자

◇‘수동청소’ vs ‘자동청소’

청소의 경우에는 양사는 정반대를 지향했다. 에어컨, 건조기, 직수형 정수기 등 제품군에서 불거졌던 곰팡이, 악취 등 ‘청결 이슈’를 사전차단하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한결 손쉬운 청결관리를 돕는 ‘이지케어’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 무풍 갤러리는 고정 나사를 풀어야 전면 패널을 분리할 수 있었지만, 신제품은 제품 하단부 ‘아트패널’ 안쪽의 핸들만 돌리면 전면 패널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사용자가 직접 내부 팬의 블레이드까지 관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이경주 프로는 “에어컨 보유자 70%가 청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사용자가 속 시원하게 처소할 수 있도록 에어컨 설계부터 다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청소에 맡기기 보다는 사용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직접 청소하기 수월하게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취한 수동 청소 전략은 낯설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G전자 건조기 일부 제품에서 가동되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을 때 ‘콘덴서를 직접 청소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수동으로 에어컨 내부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한 동시에 청결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는 ‘자동청소’를 위해 에어컨의 극세필터를 청소하는 ‘필터 클린봇’을 장착했다. 이 필터봇은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사용하면 클린봇이 일주일에 한번 에어컨의 극세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해 먼지통에 버린다. LG전자 측은 먼지통이 꽉 찼다는 알림이 뜨면 비우면 되는데, 통상 6개월에 한번 청소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LG전자 이감규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간담회에서 “필터의 경우 청소를 너무 하지 않으면 먼지가 뭉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 제품은 로봇이 계속 청소를 해주니 초기 상태에 가깝게 유지해준다”고 설명했다. 

클린봇은 지난해 출시된 초(超)프리미엄 라인 ‘LG 시그니처 에어컨’에 적용돼 시장의 검증이 끝났다는 것이 LG전자의 입장이다. 자동청소 기능은 내부적인 검증 결과 이상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이슈를 빗대 클린봇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클린봇은 건조기 자동세척기능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기능일 뿐만 아니라 건조기의 해당 기능과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향후 LG전자는 가전을 자동으로 살균·청소해주는 기능을 다각도로 연구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