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 접촉 당시 북한 측 대표로 나섰던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 /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 접촉 당시 북한 측 대표로 나섰던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물러나고 후임에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 외교관이자 미국통인 리용호 외무상 대신 군부 출신의 대남라인으로 교체가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분간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 반미 국가들과의 연대로 대북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각)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리용호 외무상이 경질되고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부 장관이 외교부 장관을 맡는 격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북한의 외교전략통으로 꼽히는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은 자리는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로 교체됐다. 

교체배경은 지난해 북미협상에 성과가 없었다는 책임을 대미라인에 물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초 ‘하노이 노딜’ 이후 김영철 부위원장 등 대남라인이 장악하고 있던 북미협상 책임자들을 대미 외교라인으로 한 차례 교체했던 바 있다. 하지만 대미 외교라인도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시 군부출신을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체에 따른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분간 미국과의 직접 대화는 접어두고, 러시아를 포함해 반미 국가들과의 외교와 연대를 통해 대북제재를 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담당 부위원장에 러시아통이 자리하고, 외무상에 ‘통일전선부 출신’인 리 전 위원장을 앉혔다는 점에서다. 

20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러시아 대사 출신 김형준을 국제부장 자리에 앉히는 것을 보고 러시아와 협력해 대북제제를 뚫고 나가려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외무상에 통전부 출신을 앉히는 걸 보고 ‘반미 국제 통일 전선’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새로운 외무상 지휘 하에 반미 국제 통일전선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외교 부분에서 어려운 점을 돌파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들도 제법 있는데 그런 나라들과 소위 통일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중국과는 정상회담도 몇 번 하고 관계를 축적해 놨다. 이제 러시아 출신을 앉혀 놓으면 중·러와의 협력이 원활해질 것이고, 통전부 출신 외무상을 앞세워 반미 통일전선을 전개하면 미국이 따라다니면서 감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