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SKB의 티브로드 합병 최종 승인
통신사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80% 육박... 핵심은 콘텐츠 확보
미디어 관계자들, 유료방송시장마저 통신사들이 장악한다는 우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1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삼파전의 막이 올랐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1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사전 동의 결과를 받은 지 하루 만에 합병인가가 통보된 것이다.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의 최종 승인이 통과됨에 따라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합병법인 출범에 대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에 증건거래신고서 제출 등의 절차를 마치면 인수합병이 완료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기일은 오는 4월 1일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 유료방송시장 통신사 불꽃튀는 ‘삼파전’ 막 올랐다

이번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이 떨어지자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유료방송시장의 ‘통신사 3강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료방송가입자 수 점유율 1위는 31.31%를 차지하고 있는 KT다. 이어 지난해 12월 13일 과기정통부로부터 CJ헬로 인수 승인을 받은 LG유플러스가 24.7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가입자 수 점유율은 기존 14.7%에서 24.03%로 껑충 뛰게 된다. 2위 LG유플러스를 단 0.69%로 바짝 추격하고 1위 KT와는 7%안팎으로 차이를 크게 좁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렸다./ 뉴시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통신 3사의 가입자 확보 경쟁의 열쇠를 ‘콘텐츠 확보’로 보고 있다. 현재 통신 3사 모두 최고 수준의 방송 통신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소비자가 혹할만한 콘텐츠 확보한 사업자는 다른 방송 사업자와의 차별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6일 국내 영화 투자·배급사 뉴(NEW)가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에 약 83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드라마 콘텐츠 확보와 더불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세계 최대의 OTT플랫폼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바로 넷플릭스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지난 8일 CJ ENM과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타결하며 사상 초유의 콘텐츠 중단 사태를 막았다. 이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기반으로 OTT, IPTV, 케이블TV에서 1,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종합 미디어 사업자가 된다. 특히 SK텔레콤이 지상파 방송사와 제작한 연합 콘텐츠 OTT ‘웨이브(Wavve)’의 플랫폼이 SK브로드밴드의 IPTV에 확장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아직 인수합병이 완료된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 콘텐츠 사업 관련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콘텐츠 확보에 대한 부분은 가입자 기반이 기본적으로 마련된 후 고민할 것”이라며 “지금 시점은 콘텐츠 부분보다 성공적인 합병 법인 출범과 미디어 업계 상생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웨이브의 연동에 관한 질문에는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사와 SK텔레콤 쪽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와의 콘텐츠 마련 협력은 직접 언급하긴 힘들다”며 “다만 향후 웨이브와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 마련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세계 최대의 OTT플랫폼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은 이후 IPTV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 유료방송시장 ‘통신재벌이 장악’ 우려도

다만 대형 통신사들이 유료방송시장을 점령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른바 통신 ‘빅3’로 불리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시장 뿐만 아니라 방송시장을 장악할 경우 시장지배력의 남용, 지역방송 약화, 지역 일자리 축소, 지역 가입자 비용 부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방송 노동자, 마을 미디어, 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 등 미디어 운동단체들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통신 3사가 지역방송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동통신시장을 독과점한 통신재벌 3사가 방송시장마저 독과점하려 하고 있다”며 “통신사에게 장악된 방송 플랫폼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수합병을 통해 통신 3사 계열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게 되면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던 지역방송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는 통신사들의 인수합병으로 우려되는 독과점 문제에 대한 제동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공정위는 디지털 및 유료방송시장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 시정 조치로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따라 불공정 거래 및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에 대한 제동장치가 마련됐다”라며 “비록 모든 소비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 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족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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