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1진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출항해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왕건함. /뉴시스
청해부대 31진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출항해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왕건함.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1일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결정했다.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오만만, 아라비아만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독자적’인 작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우리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도록 조치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현 중동정세를 감안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해부대는 아라비아만과 아덴만의 중간점인 무스카트를 주 기항지로 정하고 작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 청해부대 작전반경 한시적 확대

국회 동의는 불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동 긴장국면이 장기화되고 우리 국민 안전과 원유수급에 위협이 되는 ‘유사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난해 파병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유사시에 작전 범위를 확대한다’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했던 것”이라며 국회 비준동의안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 청해부대 파병 관련 국회 동의안에는 아덴만 해역 일대 외에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해당 규정을 근거로 과거 청해부대는 국회의 비준절차 없이 리비아 등에서 우리 국민 구출작전에 투입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순 작전범위가 확대된 것”이라며 “선례가 많이 있다”고 했다.

청해부대의 한시적 작전범위 확대 지역. /뉴시스, 국방부
청해부대의 한시적 작전범위 확대 지역. /뉴시스, 국방부

특징은 우리 군의 ‘독자’ 파병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우리 국민과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에 파병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와는 결이 다른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등 동맹국의 파병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대목이다. 물론 청해부대 장교 두 명을 IMSC 연락장교로 파견해 기본적으로 협력창구는 열어 놨다.

이는 일본의 파병 방식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 보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 파견을 결정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해 IMSC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기 전까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을 정도로 이해관계가 적지 않다. 

◇ 호르무즈 안정과 한미동맹 강화 기대

정부는 파병결정 전 미국과 이란에 사전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 미국 측과의 협의는 국방부가 맡았고, 이란은 외교라인이 가동됐다. 미국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이란은 ‘이해하지만 반대한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란은 일본의 파병결정 당시 “외국 군대가 중동에 주둔하는 것은 안정과 평화,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비슷한 취지로 읽힌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파병결정이 가져올 외교관계 변화다. 국제사회 안전에 기여하고 동시에 미국의 동맹으로서 가치를 입증한 만큼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방위비 협상과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기대감도 엿보인다. 

모처럼 여야 정치권 모두 한목소리로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국민안전과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오랜 고심 끝에 해결방안을 찾은 만큼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으며, 자유한국당은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역시 “우리국민 보호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파병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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