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부터 한국맥도날드를 이끌어온 조주연 대표가 다음달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 한국맥도날드
지난 2016년부터 한국맥도날드를 이끌어온 조주연 대표가 다음달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 한국맥도날드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 4년간 한국맥도날드를 이끌어온 조주연 대표가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여러 뒷말을 남기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성장 가도를 달려온 한국맥도날드는 조 대표 체제에 들어선 이후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휘말렸던 터라 그의 퇴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 정크푸드 인식 개선 구슬땀… ‘시작은 창대’

시작은 창대했다. 2000년대 들어서 웰빙 바람이 불며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부쩍 나빠진 가운데서 2011년 맥도날드에 합류한 조 대표는 자신의 주전공인 디자인 마케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LG전자와 모토로라 등 이전 경력과 동떨어진 식품업계에 몸담은 그는 ‘맥도날드버거=정크푸드’라는 인식을 깨는 데 앞장서 왔다.

조 대표는 ‘주방공개’를 맥도날드의 전매특허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가 패스트푸드의 한계를 넘기 위해선 ‘엄마’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조 대표는 이들의 마음을 잡는 데 주력했다. 맥도날드 합류 2년 만에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 대표는 당시 조 엘린저 당시 대표와 함께 ‘엄마가 놀랐다’ 캠페인을 전개하며 2004년부터 이어온 ‘오픈데이’ 행사를 ‘내셔널 오픈데이’로 계승 발전시켰다.

‘시그니처 버거’도 조 대표의 작품으로 통한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시그니처 버거는 재료와 서비스 면에서 기존 버거와는 차별점을 둬 맥도날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는다. 호주산 앵거스 비프를 사용한 쇠고기 패티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주문 후 직원이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신개념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6년 쉑쉑버거 진출을 도화선으로 국내에 거세게 일어난 수제 버거 열풍을 예견한 선견지명 사례로 남고 있다.

◇ ‘햄버거 병 악몽에’… 용두사미로 끝난 9년

전무와 부사장 직위에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조 대표는 마침내 ‘한국맥도날드 사상 첫 한국인 CEO’에 오르는 영광을 안게 된다. 그만큼 회사 안팎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내국인으로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조 대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 니즈를 어떤 묘안으로 충족시킬지 각별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다음 달을 끝으로 조 대표 체제의 막을 내리는 맥도날드의 지난 4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으로 남게 됐다.

2017년 불거진 일명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논란은 임기 내내 조 대표의 뒤를 따라다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은 A양의 부모가 발병의 원인으로 맥도날드 버거를 지목한 이 사건은 잠잠하던 패스트푸드 안전성을 다시금 도마에 올렸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후에도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은폐했다는 내부자 고발이 나오는 등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햄버거병 사건으로 인해 조 대표는 직접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명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는 등 크고 작음 잡음이 이어졌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미납한 채 폐점한 망원점 전 점주와 진실공방을 펼쳤다. 강남역, 서울대입구, 신촌, 사당점 등 핵심 상권에서 발을 빼오던 맥도날드는 돌연 가맹사업까지 잠정 중단한 것으로 밝혀져 여러 해석을 낳았다. 또 지난해는 연초부터 플라스틱의 일종인 에폭시가 패티에서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와 또 다시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맥도날드는 유한회사라 실적 등 세부적인 경영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맥도날드의 인기가 버거킹 등 경쟁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세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난 4년의 임기를 뒤로 하고 물러나는 조주연 대표의 퇴진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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