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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히 지옥’ 9호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여전히 지옥’ 9호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1.2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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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기자는 평소 지하철 9호선을 자주 이용한다. 강남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고, 국회 등 여의도에 가기에도 좋다. 합정이나 홍대, 시청 등에 가야할 때는 당산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고 사당 방면으로 가야할 때는 동작역에서, 법원이 있는 교대역에 갈 때는 고속터미널역에서 환승한다.

문제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출퇴근길 9호선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9호선 급행열차는 최악의 지옥철이다. 타고 내릴 때마다 마치 난리통에 피난을 가는 것 같고, 행여 사고가 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겨우겨우 문이 닫힌 뒤 다음역까지 가는 시간은 숨이 막힌다. 요즘처럼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엔 공간이 더 좁게 느껴지고, 여름은 불쾌하다. 언성이 높아지거나 다투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강서에서 강남, 강남에서 강서로 가는 가장 좋은 선택지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강서구는 서울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축에 드는 곳이고, 김포공항역 등을 통해 인천·김포 지역의 직장인까지 가세한다. 여의도, 당산, 동작, 고속터미널, 그리고 신논현 이후 강남 지역 역들은 사무실이 많거나 주요 환승역이다.

게다가 9호선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급행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35분 만에 도착한다. 출퇴근시간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릴 거리다. 일반열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55분가량 걸린다.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이 개통한 게 2009년이니, 이 같은 상황은 어느덧 10년 넘게 지옥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4량에 불과했던 열차가 전면 6량으로 확대되고, 증차도 이뤄졌다고는 하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일반열차의 상황은 꽤 나아진 것 같은데, 출퇴근시간대 급행열차는 변한 게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무엇과도 양보할 수 없는 안전이다. 현재 출퇴근시간대 9호선 급행열차는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실제로 기자는 콩나물시루 같은 9호선 급행열차가 열차 간격 문제로 급제동하면서 여러 승객이 우르르 넘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특정 개인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고,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외신을 통해 간혹 접하는 대형 압사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황이다.

꼭 사고가 난 뒤에야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누군가 다치고 목숨을 잃어야만 지옥을 끝낼 수 있는 것일까.

그나마 기자는 9호선을 매일 이용하진 않는다. 매일 같이 지옥을 경험해야 하는 이들에 비하면 다행이다. 그런데 종종 출퇴근길 9호선 급행열차를 탈 때면 꼭 드는 생각이 있다. ‘여기에 탄 사람들은 행복할까?’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들 중 누구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아니, 너무나도 불행해 보인다. 옆 칸이나 다음 열차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치로 나타내긴 어렵겠지만, 지옥 같은 출퇴근길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직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초가 되고, 스트레스를 가득 안은 채 집 현관문을 여는 것. 이는 일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다가오는 미래는 두렵기까지 하다. 현재 김포공항역에는 대곡소사선 공사가 한창이다. 완공 시 부천 및 고양 지역 직장인들도 김포공항을 통해 9호선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와 서울대를 잇는 신림경전철도 9호선 샛강역과 만난다. 신안산선도 여의도역과 연결되고, 위례신사선은 봉은사역와 닿는다. 대곡소사선은 당장 2021년 개통 예정이고, 신림경전철은 2022년, 신안산선과 위례신사선은 각각 2024년과 2027년 개통 예정이다. 9호선 승객 증가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골드라인’ 9호선의 ‘골든타임’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근시안적이고 답답한 행정은 9호선을 지옥에서 벗어나게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9호선의 8량 편성 운행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8량 편성은 9호선의 혼잡도를 낮춰 줄 수 있는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문제가 복잡하다. 9호선은 당초 공항철도와의 직접 연결을 염두에 두고 8량 열차 기준으로 건설됐다. 그런데 2015년 감사원은 9호선 3단계 공사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수송 수요가 당초 계획보다 적고 공항철도가 6량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8량 운영 기준으로 마련된 시공 계획에 퇴짜를 놨다. 이로 인해 9호선 1·2단계 구간은 8량 운행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3단계 구간은 그렇지 않다.

즉, 9호선 8량 편성을 위해선 3단계 구간에 대한 추가 공사 및 이에 따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많은 시민들이 하루하루 위험한 출퇴근길에 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행정이다.

물론 8량 편성이 무조건 해답인 것도 아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지우고 안전을 최우선에 둔 채 대책을 찾을 때가 됐다. 최후에는 9호선 급행열차 운영을 아예 중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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