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부터) 권나라, 윤보라, 김다솜이 예명대신 본명을 내걸고 연기자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윤보라-김다솜 인스타그램
(사진 좌측부터) 권나라, 윤보라, 김다솜이 예명대신 본명을 내걸고 연기자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윤보라-김다솜 인스타그램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예명 대신 본명을 내걸며 배우로서 당찬 포부를 드러낸다. 과거 걸그룹 멤버들이 연기자로 ‘제2의 도약’에 나선 것.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지워내기 위해 이미지 변신에 고군분투 중인 이들의 연기행보에 안방극장 열기가 뜨겁다.

먼저 헬로비너스 출신 멤버 권나라가 ‘믿고 보는 배우’ 이미지 굳히기에 나선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서다.

오는 31일 첫 방송되는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이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중 권나라는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첫사랑이자 기업 ‘장가’의 전략기획팀장 ‘오수아’ 역을 맡아 전작과는 다른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권나라 / JTBC '이태원 클라쓰'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권나라 / JTBC '이태원 클라쓰'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무엇보다도 권나라가 3연타 흥행에 성공할 지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나라는 tvN ‘나의 아저씨’(2018)를 통해 영화배우 ‘최유라’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신스틸러로 활약,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이어 권나라는 JTBC ‘친애하는 판사님께’, KBS2TV ‘닥터 프리즈너’에서 몰입감 있는 연기력으로 주연도 손색없이 해내며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차근차근 그려나가고 있다. 좋은 성적은 덤이다. 특히 지난해 권나라는 KBS2TV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2019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배우 권나라’로 한 발짝 다가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시원한 음색으로 유독 여름에 큰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 씨스타 멤버 보라와 다솜은 각각 ‘윤보라’ ‘김다솜’으로 연기자 행보에 나선다.

사랑스러운 오지라퍼 공무원에서 시한부 환자 그리고 간호사까지. 윤보라가 열일 행보로 시청자들과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윤보라는 지난해 MBC Drama를 통해 방영된 2부작 웹드라마 ‘연애 기다린 보람- 내 사랑 울산 큰 애기’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한편 발랄하고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돌담병원 간호사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선보이고 있는 윤보라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돌담병원 간호사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선보이고 있는 윤보라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캡처

이어 JTBC ‘초콜릿’에서 거성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시한부 환자이자 인기 유튜버 ‘희나’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활약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재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돌담병원 간호사 ‘주영미’ 역으로 열연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에 청신호를 띠고 있다. 특히 단정한 간호사 복장에 안경을 끼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2’ 속 윤보라의 모습에선 무대 위 화려했던 ‘씨스타 보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씨스타 막내 김다솜 역시 지난해에 이어 2020년에도 활발한 연기 행보에 나선다.

28일 JTBC ‘우리, 사랑했을까’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2020년 방송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에 배우 김다솜이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우리, 사랑했을까’는 14년차 생계형 독수공방 싱글맘 앞에 나쁜데 끌리는 놈, 짠한데 잘난 놈, 무서운데 섹시한 놈, 어린데 설레는 놈이 나타나며 펼쳐지는 유쾌한 로맨스 드라마다. 송지효, 손호준, 송종호, 구자성, 김민준이 캐스팅 확정돼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얻고 있다. 극중 김다솜은 잘 나가는 영화배우 ‘주아린’ 역을 맡았다.

앞서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김다솜이 JTBC 새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로 2020년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 SBS '언니는 살아있다' 방송화면 캡처
앞서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김다솜이 JTBC 새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로 2020년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 SBS '언니는 살아있다' 방송화면 캡처

앞서 김다솜은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2017)에서 악역 ‘양달희’ 캐릭터를 감질맛 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을 통해선 털털한 열혈 형사 ‘은지수’ 캐릭터 맡아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기에 과연 ‘우리, 사랑했을까’를 통해 김다솜이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밖에도 걸스데이 출신 박소진이 SBS ‘스토브리그’에서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으로 등장해 시청자들과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처음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가수의 이미지를 지우는데 10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는 심은진. 그녀의 말처럼 걸그룹의 이미지를 지워내고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가수로서의 인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더욱 까다롭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걸그룹 멤버들은 ‘제2의 서현진’이 되고자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엔 배우가 걸그룹에 비해 비교적 활동할 수 있는 나이대가 넓다는 점과 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걸그룹 '밀크' 출신이란 꼬리표를 확실히 지우고 배우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걸그룹 출신 연기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서현진 / tvN 제공
걸그룹 '밀크' 출신이란 꼬리표를 확실히 지우고 배우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걸그룹 출신 연기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서현진 / tvN 제공

무대 위 베테랑 아이돌스러운 모습을 지우고 드라마에 스며든 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의 모습은 단연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다만 이들의 ‘연기력’은 신선함과는 또 다른 문제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신인배우들이 넘쳐나는 드라마 시장에서 ‘연기하는 척’에 그치는 연기력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가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이제 ‘연기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렇다보니 과거 인지도에 힘입어 주연을 꿰차던 것과는 달리 최근 걸그룹을 비롯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조연부터 차근차근 자신들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하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나가는 추세다. 또한 아이유처럼 가수와 배우 생활을 병행하는 사례도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가수로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배우로 올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안정적인 연기력에 폭 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갖춘 ‘제2의 서현진’이 탄생할 수 있을까. 나아가 이들의 활약이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의 선입견을 지우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까. 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의 안방극장 행보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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