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노장 정상호가 두산 베어스에 합류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노장 정상호가 두산 베어스에 합류했다. /두산 베어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에 태어나, 2001년 프로무대를 밟은 선수. 이후 군입대 시기 등을 제외하고 16시즌을 소화하며 어느덧 베테랑 노장 대열에 합류한 선수. 학창시절 뛰어난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프로에서는 정상급 주전포수 입지를 좀처럼 확고히 다지지 못한 선수. 그리고 지난해 22경기 출전, 타율 0.083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결국 방출된 선수.

KBO리그 최고의 강팀 두산 베어스가 바로 이 선수를 전격 영입했다. 주인공은 바로 정상호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자 최근 5년간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에 성공한 팀이, 은퇴 기로에 섰던 30대 후반의 노장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다른 팀이었다면 물음표가 붙었을 영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수 왕국’인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떠난 뒤에도 박세혁이 그 공백을 잘 메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백업포수진 역시 이흥련과 젊은 유망주 장승현 등이 받치고 있다. 더욱이 정상호는 FA로 LG 트윈스에 합류한 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기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은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바 있다.

또한 최근 KBO리그에서는 베테랑 노장이 예전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젊은 선수를 잘 키운 구단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름값보단 육성에 관심을 두는 구단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정상호 영입엔 물음표 대신 느낌표가 붙고 있다. 그동안 두산 베어스가 보여준 뛰어난 안목 때문이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는 외부영입보단 선수유출이 더 많은 팀이다. 최근에만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등이 FA로 팀을 떠났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가장 많은 선수를 빼앗겨왔다. 반면 외부 FA영입은 구단 역사상 단 2번에 그치고 있다.

어찌 보면 베테랑 노장 영입엔 눈길도 주지 않을 것 같은 기조지만 그렇지 않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배영수와 권혁을 잇따라 영입하며 눈길을 끌었다. 배영수와 권혁은 전성기 시절 맹활약을 펼쳤으나, 이들 역시 세월까지 이길 순 없었다. 온갖 부상 전력과 노쇠화로 예전의 기량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은퇴 기로에 서야했다. 그런 두 선수를 다른 구단도 아닌 두산 베어스가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 극적인 승부 속에서 배영수가 팀 우승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감독의 마운드 방문 횟수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만큼 더욱 극적인 이야기로 남게 됐다.

배영수와 권혁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맹활약 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워온 젊은 선수들에게 값진 경험과 선수로서 가져야할 자세 등을 전수해준 것이다.

두산 베어스가 충분한 포수 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상호를 영입한 것 역시 배영수·권혁을 영입한 이유와 같다. 실제 경기에서의 활용도 뿐 아니라 팀 전반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영입이다.

정상호는 두산 베어스와 함께 또 어떤 스토리를 써내려가게 될까. 또 한 명의 배영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시즌, 베테랑 노장 정상호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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