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29일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장기 당권투쟁으로 침체된 당의 해결사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안 전 대표가 광야로 떠났고, 사실상 '탈당 촉매제'가 된 손학규 대표는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져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그는 사전 준비한 탈당 회견문 낭독 이후 별도 질의를 받지 않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바른미래당 창업주이기도 한 안 전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 세력을 결집해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바른미래당은 안 전 대표의 갑작스런 탈당으로 상당한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천군만마와도 같은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지렛대 삼아 총선에 나서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탓이다.

당장 비난의 화살은 손 대표에게 향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지난 27일 안 전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사실상의 사퇴를 권유받은 데 대해 28일 기자회견에서 강한 어조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역풍을 정면으로 맞게 됐다.

손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세대가 전면에 나서고 안 전 대표와 저는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하자"고 했다. 바른미래당 전·현직 대표가 함께 2선으로 물러나 정치 세대교체에 주력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안 전 대표마저 탈당한 만큼, 손 대표가 더 이상 대표직을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 탈당 직후 입장문을 내고 "당을 창업한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었던 안 전 대표가 탈당한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적도 잊지 않았다. 손 대표는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요구사항만 얘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권파와 호남계 의원들은 우선 손 대표의 퇴진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탈당' 이후 당 재정비를 위한 첫 번째 수순을 손 대표의 거취 정리로 판단한 것이다.

한 당권파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권파, 호남계 의원 9명은 향후 손 대표 퇴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손 대표가 명예로운 선택을 할 여지는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명예로운 선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 자진사퇴"라고 했다.

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물러날 경우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의 전환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제3지대 통합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가능성이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당이 풍비박산 지경인데다 호남 정당으로의 회귀가 기정사실로 비쳐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신당 깃발을 들 경우 바른미래당원들의 추가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를 꾸려도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궁지에 몰린 당을 이끌어나갈 것인지도 숙제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손 대표가 중진 의원들과 조만간 긴급 회동할 것"이라며 "손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비대위원장을 외부 인사에 맞기는 것과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개계편 논의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