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단행했다. 혐의는 공직선거법위반,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이다. “기소 전 내외부 논의를 거치라”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경고 다음 날 이어진 조치여서 대검과 청와대·법무부의 갈등국면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이날 기소한 인원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 등이다. 

◇ 검찰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영향”

검찰은 2017년 송철호 울산시장이 황운하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으며, 또한 청와대가 김기현 시장의 비위첩보를 생산해 경찰에 하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부시장이 최초 첩보를 제공하고, 문 전 행정관과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 등이 전달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에게는 송철호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포기를 종용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나아가 검찰은 “나머지 관련자에 대하여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추가 기소자가 있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주요 수사 대상자다. 이날 검찰은 이광철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30일에는 임 전 실장을 마찬가지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시킬 예정이다. 

기소 결정은 이날 오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부회의에서 결정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반대의견을 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이 기소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불구속 기소는 차장검사 전결 사항으로 내부규정상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결재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 추미애 경고 불구 하루 만에 기소 강행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창 경내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창 경내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찰의 무더기 기소로 청와대 및 법무부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이 최강욱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 이 지검장 결재를 받지 않고 차장검사 전결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더구나 전날 오후 추 장관은 전국 66개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중요사안 처리에 있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부장회의 등 협의체를 활용하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기소를 단행하면서 추 장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 됐다. 

피의자들은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의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검찰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이광철 비서관은 “차분하고 절제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면서도 “누가 어떤 연유로 저에 관해서 반쪽짜리 사실만을 흘리고 있는지 그것이 매우 궁금하다”며 검찰의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의심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을 해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검찰을 통해 전달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저의 소환불응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 언론과 결탁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전날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기소 결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퇴근한 사실이 생중계 되듯 시간까지 적시해 언론에 보도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한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은 “내부적 과정 이야기가 어떻게 밖으로 알려졌는지 (놀랐다)”며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했다면 조금씩 진행이 됐을 문제가 밖으로 흘러나오니까 논란이 돼 버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집행 기관들에서 이런 논란이 일어나 버리면 법집행 자체에 대해서 국민들이 염려를 안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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