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이 재차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이 재차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현대엔지니어링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보유 중이던 현대차 지분 2.9%를 비롯해 기아차 지분 2.1%,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지난해 말 모두 매각했다. 2018년 4월 지분 보유 사실을 알린 지 2년여 만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에 고배당 등을 요구하며 압박을 지속했지만, 지난해 주총에서의 표대결 패배 등 지지를 받지 못하자 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AS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시장에 제시했으나, 엘리엇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 또한 엘리엇에 동조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과 관련해 주주들의 반대도 이어졌고, 결국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시기와 방식 등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철수로 기존 개편안의 큰 틀을 유지하되, 앞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을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개편안의 골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인데, 이같은 개편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로 이어지는 구조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중 사실상의 지주사 격 역할을 하게 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설의 배경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으로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11.72%를 보유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지분의 가치가 오르고, 이로 인한 차익을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그룹 내 계열사 상장과 인사이동 등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실제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9.57%를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증시에 상장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정의선 부회장의 실탄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계열사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꼽히는 도신규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재무본부장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도 향후 상장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방식으로는 증시에 직접 상장하는 방식과 현대건설과의 합병으로 우회상장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회사 차원에서 상장 계획이 없다”며 “상장 자체의 계획이 없기 때문에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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