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5 21:08
[하도겸의 문예노트] 예술의 전당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특별전을 보라
[하도겸의 문예노트] 예술의 전당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특별전을 보라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30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예술의전당은 과천시, 예산군,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공동으로 2020년 1월 18일(토)부터 3월 15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이하 <추사귀국전>) 전시를 개최한다.

그간 우리는 추사를 한국 안에서만 최고라고 해왔다. 중국 전시를 기획해나가는 과정에서 솔직히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사를 중국에서 알아줄까’하고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기우였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100여 년의 간극을 일시에 허물며 추사가 살아 돌아와서 중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매일 5,000여명을 헤아리는 관람객들이 추사를 만났다. 문화예술계 지도자와 전문연구자, 서법가, 정치지도자와 관료는 물론 일반관람객 모두가 추사를 더 정확하고 진지하게 감상하고 토론하였다. 이런 광경은 좀처럼 한국의 서예박물관 전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왜 그럴까?

<추사중국전>에서 ‘아시아 문명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린 <추사중국전>국제학술포럼에서 중국국가미술관 장칭[張晴] 부관장은 “추사는 글씨의 성인(서성, 書聖)이다. 이번 전시가 실증하듯 ‘경전(經典)’을 남김으로써 역사에 기여하고 있다. 왜 이제야 우리는 서성(書聖) 추사를 알게 되었는가!”라고 하였다. “김정희는 성인(聖人)이다. 경전(經典) 창출을 통해 서법역사(書法歷史) 발전에 심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서법(書法)의 모국(母國)이라하는 중국으로부터 추사체(秋史體)가 비롯되었지만 추사는 당시 서법을 혁신(革新)하였다.(우구오바오吳國寶 중국미술관 소장작품부 서법분야전문 학예사/서예가)”는 찬사를 받았다.

추사의 학예성취에 대해서는 이미 《청조문화(淸朝文化) 동전연구(東傳硏究)》 저자인 후지스카 치카시(藤塚鄰, 1879~1948)는 “청조문화(淸朝文化)에 정통하고 새롭게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을 조선에 수립 선포한 위대한 공적을 이룬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고금독보(古今獨步)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은 전시포스터(좌)와 김정희가 쓴 명선(茗禅)이다.(19세기 종이에 먹 115.2x57.8cm 간송미술관 소장) / 하도겸 제공
사진은 전시포스터(좌)와 김정희가 쓴 명선(茗禅)이다.(19세기 종이에 먹 115.2x57.8cm 간송미술관 소장) / 하도겸 제공

<추사중국전>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 관람객과 대화함으로써 ‘추사는 세계이고 현대’라는 생각을 실증하였다는 점이다. 이와 상응하여 이번 <추사귀국전>은 오늘날 한국 관람객들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추사 서예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시도된 것이 이번 전시다. 19세기 동아시아의 급변하는 시공간의 지평에서 추사 글씨의 세계성과 현대적 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괴(怪)의 미학을 키워드로 ‘추사체’의 성격 전모를 ▲연행(燕行)과 학예일치(學藝一致) ▲해동통유(海東通儒)와 선다일미(禪茶一味) ▲유희삼매(遊戱三昧)와 추사서의 현대성 등 총 3부로 구성하였다. 특히 <유희삼매와 추사서의 현대성>에서는 비첩혼융(碑帖混融)의 ‘추사체’가 발산하는 불계공졸(不計工拙)과 천진(天眞)의 정수를 볼 수 있다. <계산무진(谿山無盡)>, <도덕신선(道德神僊)>, <순로향(蓴鱸鄕)>, <사서루(賜書樓)>, <판전(板殿)>, <완당집고첩(阮堂執古帖)>, <무쌍·채필(無雙·彩筆)>, <인고·폐거(人苦·弊去)> 등의 작품을 통해 추사체의 유희삼매 경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김종영, 윤형근, 손재형, 김충현 등 20세기 한국의 현대서화미술 대표작가들이 추사서를 통해 자신의 예술을 여하히 성취해냈는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김종영의 추상조각, 윤형근의 획면추상, 손재형, 김충현의 비첩혼융(碑帖混融)은 추사체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구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그간 20세기 한국의 문예를 식민지, 서구화라는 관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단절되었다는 기존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추사귀국전>은 추사의 전통적·한국적 미학이 중국이라는 다른 공간과, 또 현대라는 다른 시대와 대화함으로써, 동아시아와 현대를 아우르는 공유자산의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는 점에 이번 전시의 의의가 있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은 “21세기 중국에서 확인된 19세기 동아시아 세계인(世界人) 추사 선생의 학예성과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대중들이 새롭게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추사전이 열리는 서예박물관 3층에는 조선•근대 서화전이 3월 15일(일)까지 개최된다. 여기에도 추사를 비롯한 퇴계 이황, 자하 신위, 미수 허목, 일중 김충현 등의 서화가 전시되니 꼭 들려야 할 것이다.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