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도 최초 유행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보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영문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Wuhan Pneumonia(우한 폐렴)’이라고 병명을 특정했다. /중국 환구시보 영문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청와대가 ‘우한 폐렴’의 공식 명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 감염증’으로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그렇게 명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각)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임시 명칭을 ‘2019-nCoV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명을 병명 앞에 수식어로 사용할 시 해당 지역과 해당 지역 거주민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앞서 WHO는 지난 2015년 표준 지침을 통해 △지역명 △사람 이름 △동물·식품 종류 △문화 △산업·직업군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강제성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은 ‘우한 폐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두 가지 단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감염증을 뭐라고 지칭할까.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 다수는 WHO가 이번 감염증 병명을 ‘2019-nCoV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지칭할 것을 권고하기 전 ‘Wuhan Coronavirus’ 또는 ‘China Coronavirus’, ‘chinese Coronavirus’ 등 최초 발원지나 그 국가의 이름을 붙여 사용했다. WHO가 권고사항을 밝힌 30일(현지시각)에도 여전히 쓰고 있는 매체는 다수 존재한다.

30일 기준, 지역 및 국가 명칭을 수식어로 사용하는 미국 언론사는 △CNN △LA타임즈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타임 등이 있으며, 미국 통신사인 AP통신 역시 이와 같은 병명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 대표 언론사인 BBC와 가디언 역시 제목부터 ‘Wuhan Coronavirus’라고 명기했고, 프랑스 AFP통신도 ‘China Coronavirus’, 르 몽드는 ‘Coronavirus en Chine(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표기했다.

언론사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하다고 평가되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도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중국’ 또는 ‘우한’을 붙인다.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영어판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 ‘Wuhan Pneumonia(우한 폐렴)’이라고 명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병명이 아닌 ‘우한 폐렴’을 발병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지칭하는 것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도 최초 발병 당시엔 원인 바이러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변종’ 등으로 불렀다.

외신들이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이번 감염증을 지칭하는 이유로는 중국 후베이성(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최초 발병한 폐렴 증세의 감염증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브스 △폭스뉴스 △UPI (이상 미국 언론·통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 △FAZ △웰트 (이상 독일 언론) △로이터(영국 통신사) 등은 ‘2019-nCoV’라고 명하고 있다.

이 중 폭스뉴스와 UPI·로이터 등 일부 매체 및 통신사는 WHO 권고 전부터 이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WSJ이나 포브스·쥐트도이체 차이퉁·FAZ 등 외신은 WHO의 권고 이후 이를 수용하고 명칭을 변경해 보도 중이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WHO 권고대로 지역명이 들어간 명칭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용어를 사용하는 데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적절하다’라는 긍정평가가 52.5%로 ‘적절하지 않다’라는 부정평가 31.8%보다 20.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5.7%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29일 전국 성인 1만1,1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응답률 4.5%)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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