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연구위원이 예탁결제원 차기 사장으로 선임됐다./ 예탁결제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연구위원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 가운데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라고 칭하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신임 사장은 오늘(31일) 노조 측이 제안한 공청회에 참석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지만 이 또한 불발된 상황이다.

◇ 또 관피아 논란… 노조 반대 시위에 들썩 

예탁결제원은 지난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가 단독 추천한 이명호 수석위원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신임 사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사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취임까지 여정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부딪쳐 취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이 사장은 오늘 오전 9시 부산에 본사를 둔 예탁결제원에 출근하려다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는 공정한 절차를 묵살하고 깜깜이 밀실 인사가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사장 공모 절차에 대한 모든 과정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채 낙하산 인사의 사장 만들기를 위한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사장 내정을 취소하고 재공모를 시행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거친 금융 관료 출신 인사다. 예탁원의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기재부나 금융위 등 정부 관료 출신이 선임돼 왔다. 내부 출신이 탄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에 사장이 선임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인선이 진행되기 전부터 유력 금융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이 올랐다. 

특히 이 신임 사장의 내정설이 공모 시작 전에 업계에 돌기 시작하자 노조의 반발 수위를 더 높였다. 지난 20일부터는 서울사무소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뒤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직접 사장 공모에 도전장을 내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임원추천위원회는 이 신임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최종 선택했다. 29일 열린 주총에서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참석해 사장 선임 안건에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판세를 바꾸진 못했다.

이에 노조는 역량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 공청회 결과를 보고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었다. 이 사장은 30일 “진정성을 갖고 노조와 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공청회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한국예탁결제원지부가 서울 사무소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정 기자

◇ 31일 공청회 불발… 노사 사전 협의 난항에 일정 불투명  

토론회는 31일 오후 열릴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재 해당 일정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원래 오늘 개최 예정이었는데 지금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는 양측의 사전 협의가 불발되면서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예탁결제원지부 관계자는 “현재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 등은 부산에 내려가 (출근) 저지 시위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오늘 공정회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공청회 일정에 대해선 “신임 사장이랑 대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일정이) 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사 간의 줄다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사례처럼 장기간 갈등이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출근을 하지 못하다 겨우 노사 합의에 성공, 임명 27일 만인 지난 29일에야 취임식을 가졌다.

이명호 사장이 노조 반발이라는 첫 난관을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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