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8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8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안철수·유승민 두 창업주가 빠져나간 바른미래당이 이제는 좌초 위기에 몰렸다. 손학규 대표가 당권파 의원들의 사퇴 요청에 대해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당권파 의원들이 탈당 및 비례대표 셀프 출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당에서는 "이제 공중분해될 일만 남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은 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오늘 새벽까지도 손 대표를 (퇴진하라고) 설득했는데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소속 의원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제 공중분해될 일만 남은 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재훈 사무총장, 이행자 사무부총장, 장진영 비서실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하지 않은 데 대해 "당의 핵심 실무자들이 당권투쟁의 일환으로 출근을 거부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무직 당직자의 근무 태만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손 대표로부터 지목된 정무직 당직자들은 손 대표의 이날 '당권투쟁' 발언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는 모습이다.

이날 최고위에 불참한 한 정무직 당직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죽을 것 같으니까 살려달라는 이야기인데 무슨 당권투쟁이냐"며 "손 대표가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당을 살릴 기회를 대표가 거부하면 당직자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결국 손 대표가 비참하게 쫓겨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손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은 손 대표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로 꾸리라'고까지 했다. 그러면 대표도, 당도 다 사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는데 오늘 말씀은 사실상 해고를 하신다는 것 아니냐"며 "일단 출구가 막혀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가 왜 이런 최악의 선택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은 본인이 훨씬 잘 알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손 대표는 온갖 조건을 달아서 퇴진 조건이 성사되면 그만둔다고 하면서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다"며 "이제 지역구 의원들이 다 탈당하고 비례대표들이 '셀프 제명' 하고나면 국회의원 1명 정도 남는 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의로 탈당할 경우 의원 직을 잃지만, 당 차원에서 출당 당할 경우 의원 직을 유지하고 당적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손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들을 제명시켜 놓아주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출당이 성사될 경우, '안철수 신당'으로 옮길 사람은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과 장정숙 대안신당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등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손 대표를 제외한 모든 지역구 의원의 탈당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대상으로 한 '셀프 제명'이 현실적으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손 대표 체제를 청산하자는 데는 동의하나, 실제 집단 탈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확실히 취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호남계 의원은 이날 탈당과 관련한 물음에 "모르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역구 의원도 사석에서 집단 탈당 관련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국회의원 제명과 관련해서도 윤리위원회의 징계 범위와 심의 역할을 명시한 규정이 있다는 것도 쟁점이다.

바른미래당 당헌 제49조 '의원총회의 기능과 권한'은 "의원총회는 당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을 할 수 있다"고, 당규 제16조 '징계처분의 종류 및 결정' 제3항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당규 제13조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관할'에 "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 등에 대한 징계 및 심의를 관할한다"고 돼 있다. 한 당권파 의원은 "당규보다 당헌이 상위에 있기 때문에 윤리위 심의와 관계없이 '셀프 제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셀프 제명'의 현실성과 별개로 총선을 앞두고 당의 공중분해가 거론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끼는 일부 의원들은 이날 손 대표에게 10일까지 시한을 주고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화에서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비서실장까지 최고위에 불참할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닌가"라며 "10일 전에 손 대표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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