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 보도에 대한 언론 <br>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 언론 보도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관련 언론 보도가 분초단위로 쏟아지고 있다. 전염병 확산 등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물론, 전염병 확산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그런데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에 있어, 국내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특정 중국인에 대한 차별 정서와 과도한 공포감,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의 보도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혐오ㆍ갈등 조장 “우한폐렴 아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불러야” 

우선 질병 명칭 사용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집단 폐렴 환자가 발생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 8일 첫 감염 확진자가 우한시에서 확인된 후 중화권은 물론, 다른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언론은 주요 발원지가 우한이라는 이유로 해당 질병을 ‘우한 폐렴’이라는 표기하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명칭 사용이 특정 인종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질병 명명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WHO는 2015년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식품 종류, 문화, 주민‧국민, 산업, 직업군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표준 지침을 세웠다. 특정 지역과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WHO는 이번 질병에 대한 임시 명칭도 ‘우한폐렴’이 아닌, ‘2019-nCoV(2019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향후 WHO는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를 통해 공식 명칭을 확정할 방침이다. 표준 지침을 고려하면 특정 지명이 질병명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HO의 권고에도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명칭 정정을 권고하면서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명칭 사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명칭을 고수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다. 일부 보수 정당에선 청와대의 명칭 권고에 대해 ‘중국 눈치보기’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공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슈를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 국내에서 중국인에 차별과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선 우한 시민을 넘어, 중국인 전체에 대한 공격적인 적개심과 혐오 정서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그들의 식문화와 문화적 습관을 비판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선 확인 안된 가짜 뉴스까지 확산되고 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선 “일부 언론에선 차별을 부추길 수 있는 정보를 필터링 없이 보도하고 있어 부작용이 더 커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부 매체에선 WHO 표준지침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고려하지 않고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 사용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인을 물론, 중국 동포에까지 혐오와 차별 정서가 퍼져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윤 이사는 “중국인 관련 건 외에도 확진자, 우한교민의 격리 조치 등 여러 보도에 있어서도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선정적이고 과장된 보도는 혼란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언론은 해결과 예방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지금 언론이 집중해야 할 보도는 ‘어떻게 했을 때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을지에 대한 내용’”이라며 “(팩트 확인 없는) 받아쓰기 보도나 이슈파이팅을 위한 소비성 보도를 자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포 조장보다는 문제 해결 초점 맞춘 보도 집중돼야”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우한 폐렴’ 명칭의 경우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조 활동가는 “특정 지역 차별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질병의 정확한 정보를 담은 명칭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우한 폐렴’ 명칭 사용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WHO는 그 질병의 증상이 어떤 것인지, 바이러스에 어떻게 감염이 되는지 등의 정보를 담아 질병 명칭을 정하기도 한다”며 “신종 코로나는 폐렴 증상만 있는 상태가 아닌 만큼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조 활동가는 언론이 시민들의 과도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조 활동가는 “전염병이 생기면 대중들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언론은 시민들의 과도한 공포감을 다스려야 하는데, 일부 언론에선 이를 부추기는 형태의 보도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언론이 집중해야 할 보도는 ‘어떻게 했을 때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을지에 대한 내용’”이라며 “(팩트 확인 없는) 받아쓰기 보도나 이슈파이팅을 위한 소비성 보도를 자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최 교수는 “언론사는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용어는 언론이 자제하고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계 일각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긴급 지침을 발표, 신종코로나에 대한 긴급 보도 지침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식 병명 사용 △허위 조작 정보의 재인용 보도 등을 자제 △언론인의 안전을 고려한 보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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