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부산 공장 모습. / 네이버 지도
대한제분 부산 공장 모습.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3대 제분사 대한제분의 지분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종각 대한제분 명예회장의 장남 이건영 회장이 2년여 만에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어 늦깎이 승계 작업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대한 2세’ 이건영 회장… 2년 만에 지분 매입

‘곰표 밀가루’를 생산하는 대한제분의 주요주주 주식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회사 2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주인인 이건영 회장이 계속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4일 동안에만 4,378주를 장내매도 했다.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이달에만 3일 연속(2~5일)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신년부터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선 이 회장(6.99%)은 7%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이 회장의 지분 매입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5년 만에 지분 매입에 나서 이목을 끌었던 2017년 한 해에만 이 회장은 총 12회에 걸쳐 주식을 사들였다. 많게는 하루에만 1,000주씩 지분을 사 정체 상태에 놓여있던 지분율을 크게 끌어 올렸다. 6.01%에 머물었던 이 회장 비율은 단숨에 6.67%까지 치솟았다.

1967년생인 이 회장은 부친 이종각 명예회장으로부터 아직 완전한 승계를 얻지 못했다.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문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는 이 회장은 미약한 지분율이 걸림돌도 작용해 왔다.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량(약 20%)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현물출자로 디앤비컴퍼니에 넘겼다. 이 명예회장은 디앤비컴퍼니의 지분 일부를 보유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파스타 및 와인냉장고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디앤비컴퍼니는 이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온전히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한제분은 전문경영인 대표가 제분 및 사료를, 이 회장이 신사업을 주로 관장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반려동물과 베이커리, 생수 사업 등에 뛰어 들었다. 약 10년 정도의 업력을 자랑하는 신사업은 최근에서야 서서히 투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제분이 반려동물 사업을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우리와(구 디비에스)는 법인 설립 10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제과업체 보나비도 장기간 영업손실이 이어진 끝에 2018년 10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만성적 자본잠식에 시름해 온 글로벌 심층수도 최근에야 적자에서 벗어나 정상 기업으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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