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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국내 전자업계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전자업계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의 발생지가 중국이라 삼성·LG 공장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디스플레이·반도체 등의 공급망 차질이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플래그십 매장 운영을 오는 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상하이 매장이 중국 최대 규모인데다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중국 정부에서 휴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쑤저우의 삼성전자 가전 공장도 오는 9일까지 가동 중단된다. LG전자도 지방정부 방침에 맞춰 난징 등 중국 내 공장의 생산 재개 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지에서 제조하는 주요 가전제품의 국내 공급 차질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저점을 찍고 올해 반등세를 보이는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 반도체 후공정 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 공장은 현재 가동 중이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반도체 공정은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단 하나의 소재나 장비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라인이 중단되고 설비를 재점검한다. 원재료는 모두 폐기된다. 반도체 공장을 하루만 멈춰도 재가동하려면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진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춘절 연휴를 대비해 재고를 확보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등 중국 내 4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가동률을 최소로 낮추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모듈을 만드는 옌타이·난징 공장도 지난 주말에 가동을 중단했다. 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생산하는 광저우 공장은 최소 인력으로 정상 가동 중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은 국내 기업 외에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IHS마킷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 내 전체 LCD 생산능력이 2월 중에 최대 2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저가 LCD 패널 공세에 고전하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TV·스마트폰·노트북 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스마트폰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2%(3,000만대) 낮췄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그 요인이다.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로 인해 성장이 기대되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으로서는 날벼락인 셈이다.

또 중국 업체 뿐 아니라 중국 생산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애플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플은 중국 전역의 애플스토어와 고객센터 등을 오는 9일까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또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 페가트론 등도 10일까지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후이저우 공장을 마지막으로 생산기지를 베트남·인도로 이전했다. LG전자 역시 중국 청도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은 베트남 등 타 지역에 있다. 청도 공장은 오는 9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당분간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공급되지 못하면 스마트폰 제조에 차질을 빚게 된다.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에는 중국산이 포함돼 있는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삼성·LG전자의 주요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 대부분은 중국에 있다. 당초 양사 모두 ODM 방식을 적극 활용해 원가 절감에 나설 방침이었다. 삼성전자는 저가 모델에만 ODM을 활용하고 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ODM 생산량이 전체의 절반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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