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할까? 말까?’ 생각할 겨를 없이 3초 만에 반했다.

‘작가님, 천재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엄지원-

영화 '부산행'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이 tvN '방법'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 tvN 제공
영화 '부산행'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이 tvN '방법'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 tvN 제공

천만영화 ‘부산행’으로 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여기에 영화 ‘챔피언’을 제작한 김용완 감독과 엄지원·성동일·조민수 등 명불허전 명배우들이 만났다. 황금 라인업으로 ‘명품드라마’의 탄생을 절로 기대케 만드는 tvN ‘방법’의 이야기다.

오는 10일 밤 9시 50분 첫 방송되는 tvN 새 월화드라마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기서 ‘방법’은 남을 저주하는 일종의 주술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방법’은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작가’ 데뷔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얻고 있다.

4일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에서는 ‘방법’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라이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연상호 작가는 “악의 세력에 맞서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라고 작품을 설명하는 한편 “영화 작업을 하면서 드라마가 하고 싶었다. 작가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작가 데뷔 소감을 전했다.

영화감독이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이에 불안감이 느껴질만도 하지만 연상호 작가는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 작가는 “이 드라마, 정말 재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 대결, 히어로, 무속에 대한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히어로와 무속 등 ‘이질적인 주제들이 합쳐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주제들을) 얽혀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라며 “저는 이 드라마의 팬이다. 아무도 안보더라도 본방사수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연상호 작가는 “친한 드라마 작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더니 ‘네가 무슨 드라마 대본을 쓰냐’며 폭소하더라. 드라마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했다. 잘 모르는데 이것저것 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주 멋없는 강속구를 직구로 12개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썼다”고 각오도 덧붙였다.

질문에 답변하는 연상호 작가의 모습 / tvN 제공
질문에 답변하는 연상호 작가의 모습 / tvN 제공

연상호 작가의 참신한 대본에 명배우들이 힘을 싣는다. 먼저 연기파 배우 엄지원이 부정과 불의에 맞선 사회부 기자 ‘임진희’로 분한다. 엄지원은 “발로 뛰는 기자 역할을 맡았다. 사회부 기자님들 인터뷰를 많이 읽었다”며 “정의감과 사명감 이면에 있는 연약함, 갈등 등 심리적인 부분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특유의 섬세한 연기를 기대케 만들었다.

영화 ‘기생충’ 속 소녀 정지소가 엄지원과 손을 맞잡는다. 극중 정지소는 ‘임진희’와 사건의 중심에 있는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을 맡았다. 저주를 거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기생충’ 속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과감한 숏컷도 감행했다.

‘백소진’ 역은 김용완 감독이 가장 공들인 캐스팅 중 하나다. 김 감독은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등의 배우들이 워낙 베테랑이어서 안정감이 있는데 이 조합에 ‘백소진’은 신선하게 보일 수 있어야 했다. 또 무엇보다 성동일, 조민수와의 대결 구도를 이룰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정지소에게 그런 모습을 느꼈고, 이 인물을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사진 좌측부터) 10대 방법사 '백소진' 역을 맡은 정지소와 사회부 기자 '임진희' 역을 맡은 엄지원 / tvN 제공
(사진 좌측부터) 10대 방법사 '백소진' 역을 맡은 정지소와 사회부 기자 '임진희' 역을 맡은 엄지원 / tvN 제공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이 남다를 터. 정지소는 “‘기생충’을 찍고 나서 ‘방법’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잘 찾아온 것 같아 지금 실감이 잘 안난다. 선배님들과 앉아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기회가 온 만큼 최선을 다해 해보려고 이 악물고 촬영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믿고 보는 배우’ 조민수와 성동일도 힘을 더한다. 특히 조민수는 7년 만의 드라마 복귀라 시청자들의 주목과 기대감을 한 몸에 얻고 있는 바. 이번 작품에서 조민수는 포레스트 자회사인 영적 컨설팅 회사의 수장 ‘진경’ 역을, 성동일은 국내 최대 IT 기업 포레스트의 회장 ‘진종현’ 역을 맡았다.

이날 조민수와 성동일은 “대본이 재밌다”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출연계기를 전했다. 이어 조민수는 “장르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 보통 십자가가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토착신앙과의 싸움을 다룬다. 근처에서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드라마가 가진 차별점을 전했다.

(사진좌측부터) '진종현' 역을 맡은 성동일과 '진경' 역을 맡은 조민수 / tvN 제공
(사진좌측부터) '진종현' 역을 맡은 성동일과 '진경' 역을 맡은 조민수 / tvN 제공

“영화 ‘부산행’ 때 쓰레기를 버리러 아파트를 나갔더니 아이들이 (좀비처럼) 팔을 꺾으면서 도망 다니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흐뭇했던지 모른다. 이번 목표는 추석 때 ‘너 이름 한자로 뭐야? 너 방법할거야’라는 식으로 흉내내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다. 속는 셈 치고 1화만 보시라. / 연상호 작가”

“대본이 너무 재밌다”고 모든 배우들이 극찬을 얻은 ‘연상호표 대본’. 과연 그의 첫 대본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는 10일 첫 방송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