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뉴시스
진에어가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년 6개월째 국토교통부 제재에 발이 묶여있는 진에어가 항공업계를 덮친 잇단 악재 속에 결국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더욱 짙은 먹구름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 진에어, 매출액 줄고 적자전환

진에어는 지난 3일 지난해 잠정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진에어는 9,101억원의 매출액과 491억원의 영업손실, 5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모로 부정적인 평가밖에 나올 수 없는 성적표다. 매년 상승세를 거듭하며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던 매출액은 방향을 틀어 9.9%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아예 수백억대 적자로 전환했다.

진에어의 현재 상황과 업계 전반에 닥친 악재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진에어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갑질’ 사건이 불거지며 거센 논란에 휩싸였고, 이 과정에서 외국 국적인 조현민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것이 뒤늦게 문제됐다. 이에 가까스로 면허취소 위기는 면했으나,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신규 노선 취항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토교통부 제재에 족쇄가 채워졌다.

2018년 8월 시작된 이 같은 국토교통부 제재는 현재까지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진에어는 경영 독립성 및 투명성 강화, 준법경영 강화, 사내 문화 개선, 사회공헌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진에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늘린 점, ‘청바지’로 유명했던 승무원 유니폼을 전면 교체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제재 해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이어왔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확인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 채 진에어 제재 해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진에어가 제출한 경영개선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도 보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토교통부 제재가 장기화되는 사이 국내 항공업계엔 악재가 잇따랐다. 지난해 7월 불거진 한일갈등으로 일본 노선이 치명타를 입었고, 홍콩의 대규모 시위사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노선에 비상이 걸렸고, 다른 국내·국제선 노선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진에어는 국토교통부 제재로 인해 잇단 악재에 유동적인 대처가 불가능했다. 가뜩이나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신규 노선 확보가 막힌 상황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뉴시스

◇ 한진칼 경영권 분쟁, 진에어 제재 해제 ‘악영향’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토교통부 제재 해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정적인 요인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국토교통부 제재 해제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인데, 오히려 먹구름만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행보는 국토교통부를 더욱 엄격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진에어 제재를 촉발시킨 당사자인 조현민 전무는 지난해 6월 한진칼을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진에어 내부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온 만큼, 국토교통부 역시 이를 곱게 바라볼 리 없다.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땅콩갑질’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가족과 대립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 역시 ‘경영문화 개선’이 핵심인 진에어 제재 해제 요건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진에어 재제 해제와 관련해 설명자료를 냈다. 신중을 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설명자료였다. 국토교통부는 “심층적인 내부검토와 함께 외부 전문가를 통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진에어의 경영문화 개선 자구계획이 충실히 이행돼 경영문화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는지 여부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점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결과까지 살펴보겠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이는 진에어 제재 해제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상반기 중 제재 해제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입장이기도 하다.

제재 해제가 갈수록 절실해지는 가운데 이제는 막연한 기다림만 남은 진에어. 항공업계를 덮치고 있는 끊임없는 악재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답답함만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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