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의 최대주주인 특장차 업체 광림에 인수된 남영비비안의 신임 대표이사가 보름여 만에 교체됐다. / 네이버 지도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특장차 업체 광림에 인수된 남영비비안의 신임 대표이사가 보름여 만에 교체됐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쌍방울과 한 식구가 되며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선 이너웨어 업체 남영비비안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한 엄용수 전 대표가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매끄럽지 못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 보름 만에 물러난 전략통 CEO

특장차 업체 광림에 경영권이 넘어가며 남씨 집안과 작별을 고한 남영비비안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뒤 첫 수장이 된 대표이사가 보름여 만에 교체되면서 또 다시 뒤숭숭한 기운이 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매각 이슈를 매듭짓고 실적 개선에 몰두하려던 남영비비안은 한동안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엄용수 전 대표가 13일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사유에 대해 회사 측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 으레 나오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 뿐이다. 퇴사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완전히 회사를 떠난 건 아닌 걸로 추정되고 있다.

엄 전 대표의 갑작스런 퇴진이 회사 안팎에서 뒷말을 낳고 있는 건 그가 남영비비안을 재정비할 적임자로 공인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엄 전 대표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새 대표로 확정됐던 지난달 설날 즈음 취임식을 가졌던 터라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엄 전 대표는 최근 언론과도 접촉하며 토종 1세대 이너웨어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초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선 ”중동을 중심으로 비비안 플래그십 스토어 5개를 오픈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이커머스 부문을 키워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특히나 삼성그룹 전략실 출신으로 지난해 초 쌍방울에 합류(미래전략사업본부장)해 그룹의 청사진을 그렸던 임 전 대표이기에 그의 퇴진이 더욱 석연치 않게 다가오고 있다.

광림은 우선 임 전 대표의 후임으로 이규화 전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 감사를 선임해 수장 공백 최소화에 나섰다. 광림이 또 다시 쌍방울 출신을 앉힌 건 이전 경영진들의 색깔을 지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쌍방울과 함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해 내부 동요를 차단하면서도 서서히 쌍방울DNA를 이식시키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읽히고 있다. 쌍방울은 지난 2014년 광림에 매각됐다. 6년여 만에 남영비비안까지 품은 광림은 이너웨어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책을 맡게 된 이 신임 대표는 만만찮은 숙제를 안고 있다.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과 동시에 경영 성과도 내야 한다. 쌍방울 등과 함께 1세대 토종 이너웨어로 명성을 떨친 남영비비안은 유니클로 등 SPA와 스포츠 브랜드들의 이너웨어 진출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2012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남겼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비용 절감으로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37억원이 순손실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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