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코미디를 소재로 삼은 KBS2TV 예능프로그램 '스탠드 업' / KBS2TV '스탠드 업' 공식홈페이지
스탠드업 코미디를 소재로 삼은 KBS2TV 예능프로그램 '스탠드 업' / KBS2TV '스탠드 업' 공식홈페이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공영방송 KBS가 먼저 반응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스탠딩 코미디’로 프로그램을 만든 것. 지상파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19금 예능프로그램 ‘스탠드 업’의 이야기다.

1월 28일 첫 방송된 KBS2TV ‘스탠드 업’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경험담, 고백 등을 과감하고 위트 있게 쏟아내는 본격 스탠드업 코미디쇼다. 국내 여성 코미디언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 농염주의보’를 선보였던 개그우먼 박나래가 진행자를 맡으며 프로그램의 열기를 북돋우고 있다.

대중이 익숙해하는 ‘콩트’가 둘 이상의 개그맨이 특정 상황을 그려나가며 선보이는 개그라면, 스탠드업 코미디는 보통 코미디언 혼자 마이크 하나만을 들고 말로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다. 주로 외국에서 선보여졌던 스탠드업 코미디는 최근 국내 코미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병재의 블랙코미디’ ‘박나래 농염주의보’ 등이 앞서 보인 스탠딩 코미디 쇼의 열기는 코미디 시장의 변화를 짐작케 만든다.

지난해 '박나래 농염주의보'를 통해 국내 여성 코미디언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 박나래가 KBS2TV '스탠드 업' 사회자로 나선다. / KBS2TV '스탠드 업' 방송화면
지난해 '박나래 농염주의보'를 통해 국내 여성 코미디언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 박나래가 KBS2TV '스탠드 업' 사회자로 나선다. / KBS2TV '스탠드 업' 방송화면

공영방송 KBS가 이러한 변화에 먼저 반응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 등 KBS는 주로 가족 예능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 KBS의 이번 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가는 이유다.

2화까지 진행된 ‘스탠드 업’은 화제성 많은 스타들을 섭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타예능과는 다른 행보로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케니, 강석일, 이용주 등 그다지 대중의 인지도를 구축하지 못한 코미디언들을 다수 캐스팅하고 있는 것.  방송 노출 기회가 적은 코미디언에게 기회의 장까지 제공하는 ‘스탠드 업’이다. ‘스탠드 업’은 1인당 10분 남짓씩 7~8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를 접한 시청자라면 낯설고 어색할 수 있다. 가족적인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라면 더욱이 수위 짙은 이야기를 걱정하며 ‘스탠드 업’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19금이란 타이틀에 야한 이야기로 화제몰이 하려는 것 아니냐?’하는 선입견을 갖는 시청자들도 부지기수다.

코미디언들의 기회의 장 역할을 해내고 있는 KBS2TV '스탠드 업'. 사진은 코미디언 케니가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 KBS2TV '스탠드 업' 방송화면 캡처
코미디언들의 기회의 장 역할을 해내고 있는 KBS2TV '스탠드 업'. 사진은 코미디언 케니가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 KBS2TV '스탠드 업'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이들이 선보이는 10분의 무대는 ‘19금’에 가려진 가치를 드러낸다. 어떠한 분장도, 설정도 없이 단지 입 하나로 관중을 쥐었다 폈다가 한다. “아직도 돌잡이를 하는데 청진기와 판사봉이 있다. 의사나 판사는 4차 산업 시대에 없어질 직업으로 높은 순위를 다툰다. 부자 되라고 비트코인, 빅데이터 전문가 되라고 SD카드, 별풍선 받으라고 풍선으로 바뀌어야하지 않나(코미디언 케니)” 등 너스레를 떨며 선보이는 현실풍자는 물론, “영화 연출을 공부하러 7년 간 일본에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못 해도 할 수 있는 뭘까 하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가 3년 동안 센 햇볕을 맞으면서 얻은 게 딱 하나 있어요. 노안... 저 원로배우 아닙니다(배우 김응수)”라고 위트 섞인 인생사를 공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스탠드 업’은 스탠드업 코미디 특성상 날것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것도 다 편집이겠지’라는 예능을 접하는 시청자들에게 녹아있는 굳은 선입견을 ‘스탠드 업’은 지워내게 만든다. 썰렁한 개그에 관중들의 썰렁한 반응까지 담기니 의심할 여지없이 이들의 입담에 빠져들기 바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히트작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금씩 소재만 바꿔가며 ‘관찰예능’ ‘리얼리티 예능’을 붙이는 프로그램들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낀 지 역시 오래다. ‘스탠드 업’이 지니고 있는 ‘지상파 19금 예능 도전’ 그 이상의 가치에 눈여겨봐야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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