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한진칼 이사회 측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KCGI가 한진칼 이사회 측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연합군’ 형성에 성공한 독립계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전자투표제를 앞세워 공세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같은 요구를 제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으나,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 및 반도건설과 한진칼 지분 공동보유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KCGI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한진칼 이사회와 이사들에게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와 이후의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실시하도록 이사회에서 결의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해 이맘때에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과 한진칼 측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촉구한 바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한진칼의 경우, KCGI가 연합군 형성에 성공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지분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KCGI-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2.06%다. 지난 4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은 최대 33.45% 수준으로 파악된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많아야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무척 중요해졌다.

KCGI가 재차 전자투표제를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도 이러한 측면이 상당 부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진칼이 더 이상 전자투표제를 외면하기 어려워진데다, 전자투표제 도입 시 KCGI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에 맞서 한진칼 측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만간 경영쇄신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전자투표제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의 마음을 얻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전자투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양측은 이미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것이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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