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자 체류국 일일이 확인 힘들어… 한국 입국 위해 거짓 진술 우려도
미국·싱가포르 등 26개국,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금지… 자국민 보호 위한 강수

/뉴시스
지난 4일 중국발 항공기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온 중국인들이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권 일부 국가와 미국 등은 중국인을 비롯한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여행객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대신,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대상 검역을 더 강화한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대상 특별입국절차는 지난 4일 0시부터 시행됐으며, 지난 5일 오후 7시까지 총 212편, 1만5,647명에 대해 실시했으나 입국 제한자는 단 한 명도 없다.

◇ 중국발 항공기 승객 특별입국심사, 입국 거부 사례 ‘0건’

특별입국절차는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기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검사 외 건강상태질문지 작성, 우한 등 감염 위험지역 방문 여부 질문, 유증상자에 대한 검역조사, 선별 진료, 시설 격리·진단 검사 등을 시행한다.

건강상태질문지에는 입국자 개인 인적사항과 한국에서 연락 가능한 휴대폰 번호, 한국 체류기간 동안 거주지 주소, 최근 방문 국가 및 지역, 과거 10일간 앓았던 질병·증상 등을 작성해야 한다. 또 최근 2주 내 중국 후베이성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입국을 제한한다.

그러나 본인의 몸 상태나 최근 방문 지역 등을 숨기고 건강상태질문지를 허위로 작성할 가능성이 있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류 작성은 마음만 먹으면 허위로 할 수 있는데 이를 검역 강화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주변국들처럼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입국 전 단기간 일시 격리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거짓 진술 및 질문지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적발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나아가 이번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한국 입국 제한자로 등록될 수 있다”며 “이러한 불이익에 대해 영어나 중국어 등으로 고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에 대해 최대집(좌) 대한의사협회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에 대해 최대집(좌) 대한의사협회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의협 “입국 제한, 中 전역 확대해야” vs 강경화 “범정부 차원의 협의 중”

정부나 보건당국이 검역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협회)는 신종 코로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선 ‘중국인 입국 금지’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감염병 방역관리의 첫 번째 중요 원칙은 유입차단”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미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현재 전체 발생자의 약 40%가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입국 제한 대상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6일 오전 기준, 감염 확진 환자가 4명이 추가로 확인돼 총 23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1명은 지난달 23일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도 현재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보건당국과 정부는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아직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아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관련 내신 기자회견에서 중국 후베이성에 한정된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WHO 권고와 효력, 국제사회 동향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중국인 입국 금지와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협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 내 확산 추세, 국제적인 추세, 국내 방역 대응 노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지금 중국을 넘어서 여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를 다녀온 우리 국민들도 확진자로 판명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염자 발생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판단을 하면서 검토를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확진 환자가 중국 이외 지역을 다녀온 우리 국민들에게서도 발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금지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26개국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달리 자국민의 신종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상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