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비 이적’으로 도마 위 오른 라이엇게임즈… 규정 전면 개편
업계선 “모든 e스포츠 주관사 머리 맞대야”

지난해 템퍼링 문제로 도마위에 올랐던 라이엇게임즈가 선수 계약 등과 관련한 규정집을 전면 개편했다. 이와 함께 세계최초로 e스포츠 공정위원회도 발족되면서 e스포츠업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라이엇 게임즈
지난해 템퍼링 문제로 도마위에 올랐던 라이엇게임즈가 선수 계약 등과 관련한 규정집을 전면 개편했다. 이와 함께 세계최초로 e스포츠 공정위원회도 발족되면서 e스포츠업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라이엇 게임즈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해 템퍼링 문제와 선수단 폭행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e스포츠업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 2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외형만 커진 국내 e스포츠 업계가 기반을 다지는 해로 삼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대표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등을 주관하는 라이엇게임즈가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편된 규정집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명시가 없어 해석이 난해한 부분에는 새로운 조항을 신설했고 악용됐던 조항은 과감히 삭제했다.

라이엇게임즈가 공개한 규정집에 따르면 앞으로 LoL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은 만 17세부터이며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 선수는 법정대리인과 반드시 계약을 논의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표준계약서와 관련한 규정도 새롭게 추가됐다. 표준선수계약서 도입 이후 팀이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때 표준선수계약서와 다른 계약 내용을 포함하고자 하는 경우 그 내용을 선수가 인지하기 쉽게 표시하도록 했다.

선수 이적 및 임대 관련 규정도 변경됐다. 먼저 임대 규정의 경우 팀에 속해 있으나 로스터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대회 출전 경험과 적절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으나 제대로 이용되지 않아 삭제했다.

기존의 이적 규정은 선수의 동의 없는 트레이드 금지 조항을 ‘자율적으로’ 협의해 계약에 포함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선수 계약에 ‘반드시’ 포함하고 선수가 희망하지 않을 경우 트레이드에 응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선수의 동의가 없이는 이적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선수 및 코칭스태프 계약 승인 과정이 보다 강화됐다. 선수 계약 요약표가 실제 계약서와 달랐던 사례가 발견된 만큼 앞으로는 선수 계약 요약표와 체결 계약서까지 함께 검토해 승인하도록 개정했다. 승인받지 않은 선수의 계약은 인정되지 않으며 LCK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지난 4일에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아 세계 최초로 e스포츠 분쟁을 조정하는 ‘e스포츠 공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들은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민원, 고충, 중재요청 등을 해결 및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다.

위원들은 선수 인권 관련 자문위원과 IT‧저작권‧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의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법조계, 스포츠계, 선수협회, 학계, 산업계 전문가 등 총 16명으로 구성했다. 

초대 위원장은 조영희 법무법인 LAB파트너스 변호사가 맡았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중국 이적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위원회는 △공정분과 △중재분과 △선수분과 등 3개의 분과로 구성된다. 공정분과는 e스포츠분야 상벌과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비윤리 및 불공정 행위 등을 조사해 징계한다.

중재분과는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선수분과에서는 e스포츠 선수 및 지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및 법률‧행정 서비스, 도핑방지 교육 등을 담당한다.

조 위원장은 “세계 최초로 e스포츠 공정위원회를 만들어 e스포츠 업계의 자율규제 및 분쟁해결을 시도한다”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외형도 커진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전망이 밝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 떠밀기에 급급한 모습이 대중들에 알려져 국내 e스포츠업계의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고도 지적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73억원이었던 국내 e스포츠 시장은 2018년 1,139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9년과 올해 e스포츠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형 e스포츠를 주관하는 게임사와 관련 단체들이 발빠르게 수습에 나서는 점에 대해 업계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e스포츠를 주관하고 있는 타 게임사들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부재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현재 e스포츠를 주관하는 국내 게임사는 컴투스, 넥슨, 스마일게이트, 펍지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 뿐만 아니라 e스포츠를 주관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같은 사건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e스포츠가 더욱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고민해나가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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