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스페셜뉴스
[수소경제, 미래를 열다③] 이홍기 우석대 교수 “국민 수용성과 국제표준 확보가 핵심”
2020. 02. 10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인류의 역사는 늘 ‘에너지’의 발전과 함께했다. 142만년 전 시작된 불의 시대를 지나 화석연료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는 산업혁명을 이룩했고 원자력이라는 고효율 에너지원를 통해 지금의 현대문명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원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1월 수소사회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후 많은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걸어온 수소경제의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87년 인산형 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홍기 교수는 현재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연료전지 국제 표준화 위원장과 수소경제 표준포럼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수소분야 국제표준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박설민 기자 
1987년 인산형 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홍기 교수는 현재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연료전지 국제 표준화 위원장과 수소경제 표준포럼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수소분야 국제표준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이산화탄소(CO₂) 농도 역시 가장 높게 나타나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고 알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와 더불어 각종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전 세계적인 대기오염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각종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 대신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론 상 ‘물(H₂O)’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한 ‘수소(H₂)’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연소 시 그 어떤 환경오염원도 나오지 않으며 물과 산소(O₂)만을 배출한다. 이에 따라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소차 판매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수소경제 원년으로서 초기 시장,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형성하고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수소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남아있다. 수소 기술 관련 ‘국제 표준화 확보’와 ‘주민 수용성’ 등이 대표적 문제다. 특히 국제표준화의 확보와 이해는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수소연료전지 분야 ‘1세대 연구자’의 대표로 알려진 이홍기 우석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의 행보가 집중 받고 있다. 1987년 인산형 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홍기 교수는 현재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연료전지 국제 표준화 위원장과 수소경제 표준포럼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특히 우석대학교 수소연료전지 지역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국제 표준화 확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시사위크>는 지난 6일 완주에 위치한 우석대학교 지역혁신센터에서 이홍기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진행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해결해야할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이홍기 교수는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미래를 위해선 국제표준확보와 국민적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설민 기자

- 최근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써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불의 발명으로 시작된 에너지의 변천사는 인류의 생활양식과 문명의 발달을 주도했다. 에너지원의 확보는 형태만 다를 뿐 식량문제와 더불어 국가의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결정적 요인이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에너지원의 확보는 풍요로운 경제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수단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인류의 갈망은 필연적이었고 친환경 에너지원이며 높은 효율을 가지고 있는 수소가 주목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소분야, 특히 연료전지분야 1세대 연구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처음에 연료전지와 이차전지 둘 중 하나를 주전공으로 택해야할 시기가 온 적이 있었다. 그때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연료전지 분야를 보니 앞으로 할 것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때문에 언젠가 연료전지 분야가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여 연료전지를 주 연구 분야로 삼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결정을 참 잘한 것 같다. 연료전지 관련 분야를 30년 이상 연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큰 행복을 느낀다. 연구자가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데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물론 연료전지가 좀 더 일찍 주목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우리나라 정부도 수소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진행해 높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수소사회 진입이 시작된 지금 수소사회로의 전환은 단지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연료 사용방식,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수소경제 로드맵은 체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정했다. 또한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치밀하게 수립된 계획이라고 평가한다.”

- 수소경제가 추진되면서 정부가 인프라 확충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만만찮은데.
“수소경제의 한 축인 소비자에 대해 수소의 안전성 설명과 수용성 확보에 대한 정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안전성은 확보했으나 ‘사회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관계 전문가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셈이다.

기술적 검증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수소의 안전성 등에 대한 홍보에 소흘히 한 측면이 많다. 수소경제의 최종적인 성공여부는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매출을 확보해줘야 이뤄질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홍보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수소경제에 관한 제반 업무를 일반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주민이 참여해 안전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참여검증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수소사회는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게 되므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순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수소에 대한 친화적인 마인드를 조성해야 한다.”

- 수소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수소기술 국제표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표준’란 무엇인가.
“ISO와 IEC로 대변되는 국제표준은 표면적으로는 이해당사자인 제품생산자 이외에 소비자에게 제품의 안전과 성능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국제표준 시스템은 각국이 제정된 단일 시험, 단일 인증, 단일 마크 등의 국제 표준으로 자국의 표준과 인증을 수행하기로 하는 상호인정의 기대치를 말한다. 즉, 공정하고 투명한 국제적인 규정을 만들어 각국이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제도다.

대외적으로는 단일 시험, 단일 인증, 단일 마크 사용한다. 이를 통해 국가 간 이중 시험 및 인증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 관련 분야의 산업 및 국제교역의 활성화를 이룬다는 게 목표다. 정부는 국제표준을 통해 자국의 산업체에 대한 일정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기업 등 산업체는 표준화된 제품의 사용으로 생산의 합리화가 이뤄진다.”

- 수소분야 전문가들은 글로벌 선진국들과의 수소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제표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국제표준의 제정절차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는 WTO, FTA, TBT 등의 다원화 무역체계에 따라 국제표준이라는 명분으로 월등하게 인증조건이 높은 자국의 독자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신 식민주의’가 현재의 추세다.

국제표준으로 지정된 자국의 우월한 기술력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 국가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을 무기로 해 국제적인 외교기량과 표준전문가의 직무 전문성이 일치해야만 국제표준 제정에 성공할 수 있다. 현재 국제표준분야는 총성만 없을 뿐 끝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제표준전문가 이외의 일반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제표준의 지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먼저 국제표준의 제안은 이사회와 총회의 승인 관문을 통시에 통과해야 한다. 회람을 통한 국제표준 문서의 투표는 ‘p-member’의 2/3 이상 찬성과 작업반 회의에 전문가를 파견하는데 5개국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중 한나라만 반대하거나 전문가 파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제안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또한 매 회의마다 회원국가의 투표와 승인이 이뤄져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전체 일정이 2년 안에 마치도록 돼 있다.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 경쟁국가의 기술적 지적사항에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탈락하게 되는 너무나 어려운 과정이다. 대부분 선진국의 찬성표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 국제표준 제안자체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지난해 9월 개최된 ‘수소안전 국제 세미나’에서 이홍기 교수는 수소산업 국제표준 동향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박설민 기자 

- 우리나라의 수소분야 국제표준 확보 상황과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사실 수소경제 활성화 이전에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국제표준 활동이 매우 미흡했다. 현재까지 수소·연료전지분야에서 제정 완료된 국제표준은 2019년 12월 기준으로 35건이다. 진행 중인 국제표준도 18건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표준 제정 실적이 전무했다. 

다행히 지난해 5월 연료전지 분야에서 1건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다른 1건이 제안 완료돼 심의 과정에 있으며 또 다른 1건은 제안을 위해 선진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안타깝게도 충전소, 탱크 등의 일반 수소분야의 경우 아직 제정 실적이 없다.

향후 국제표준 확보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지난해 4월 발표된 국가기술표준원의 수소경제 전략표준화 로드맵을 보면 정부가 국제표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략을 수립했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15년 이상을 수소연료전지 분야 국제표준화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목표달성 가능성과 국제 위상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다만 정부와 산업부 등 관계부처 뿐만 아니라 수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체도 국제표준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소경제사회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수소사회 진입을 통한 세계경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단지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하여 우수한 기술을 확보한 측면이 있어 경쟁력이 조금 앞설 뿐이다. 정부는 소비자의 측면에서 수용성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본다.

국민들께서는 수소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누가 먼저 출발하느냐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소경제에 관련된 모든 산업체와 연구자들은 단지 수익창출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주역이 된다는 각오로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자기 업무에 종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