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후폭풍이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차 조사단이 1차 조사 결과와 달리 배터리를 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들은 조목조목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은 ESS시장이 더욱 매서운 한파를 맞게 된 모습이다.

◇ 1차 때와 달라진 2차 조사 결과… ‘배터리’ 원인 지목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은 지난 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꾸려진 2차 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잇따라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를 조사했다. 앞서 1차 조사단은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발생한 23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하고, 지난해 6월 그 결과 및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ESS 화재사고가 계속되면서 2차 조사단이 꾸려졌다.

2차 조사단의 결과 발표는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1차 조사단의 결과와 달리 배터리 자체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2차 조사단은 조사한 5건의 화재사고 중 4건의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했고, 나머지 1건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이 접촉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그보다 앞서 발생한 23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1차 조사단은 ESS 화재원인을 배터리 결함에 두지 않고, 설치 및 운영관리 상의 복합적 문제라고 판단한 바 있다.

2차 조사단은 실제 화재가 발생한 ESS의 배터리가 대부분 소실돼 원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1차 조사에서는 하지 않았던 유사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화재로 소실된 배터리, 대신 같은 시기에 설치된 같은 모델 중 유사한 환경에서 운영된 배터리를 분석한 것이다.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 측은 2차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사단의 결과 발표 자리에 삼성SDI 및 LG화학 관계자가 함께 참석해 안전대책을 발표했으나, 별도의 입장문 등을 통해서는 1차 때와 전혀 다른 2차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배터리와 ESS 화재사고는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발표된 조사 결과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1·2차 조사 결과를 엇갈리게 만든 유사현장 조사에 대해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며 “조사단의 결과가 맞다면, 같은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삼성SDI는 2차 조사단이 제시한 데이터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다른 분석을 내놓으면서 “배터리는 가연물로서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LG화학 역시 “자체 조사 및 분석 결과 배터리가 ESS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조사단이 근거로 제시한 배터리 현상 역시 일반적이거나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LG화학은 2차 조사단이 외부 영향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낮게 본 것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2차 조사단이 1차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고, 이에 대해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ESS산업의 혼돈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래성장동력으로 떠올랐던 ESS는 잇단 화재사고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신규 발주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상실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가동률 제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번 2차 조사 결과로 자칫 대규모 보상 책임을 떠안을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그마저도 ‘추정’에 불과하다”며 “향후 안전대책 마련과 이미 발생한 화재의 책임소지 확인을 위해선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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