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총리가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재개발 지역을 방문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총리가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재개발 지역을 방문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치 1번지로 꼽혀온 서울 종로에서 그 이름값에 어울릴만한 ‘대전’이 벌어진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1위와 2위가 총선에서 직접 맞붙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총리에 맞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험지출마’를 통해 희생했다는 분위기다. 특히 보수야권에서는 황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는 논평이 주를 이었다. 그간 황 대표와 각을 세워왔던 홍준표 전 대표조차 “당 대표가 선거 견인을 위해 종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수도권에 우리당 붐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 본인도 “험지 보다 더한 험지에 나갈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종로가 ‘험지’임을 인정하고 있다. 

◇ 지난 6차례 선거서 보수 4번 승리

하지만 역대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보수진영 후보에게 종로가 꼭 불리한 지역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15대부터 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총 6차례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후보가 4번 당선됐고,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것은 두 차례로 오히려 보수진영의 전적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최근 두 차례 승리했으나 정세균 현 국무총리의 개인기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선거토양 자체는 보수진영에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 지형을 살펴보면, 오히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세균 총리를 앞서는 양상이었다. 20대 총선 직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KBS와 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선가능성’ 항목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가 47.7%로 30.7%에 그친 정세균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었다. 

역대 선거에서도 충성도 높은 보수유권자들이 종로에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당락을 떠나 최소 40% 이상의 득표율과 최소 3만 표 이상을 득표했던 것이 그 방증이다. 보수후보가 40% 득표율을 얻지 못한 사례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오 전 시장(39.72%)이 유일했다. 당선된 사례로는 15대 이명박 후보 41.00%, 16대 정인봉 후보 48.74%, 17대 박진 후보 42.81%, 18대 박진 후보 48.43%가 있으며, 보수진영 후보가 낙선했던 19대 총선 당시 홍사덕 후보도 45.89%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었다.

◇ 문재인 경제실정 부각하며 약한 고리 공략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지역 공실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지역 공실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종로는 동별로 지지정당이 갈라지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부촌’으로 알려진 평창동과 재개발 이슈가 있는 사직동은 보수진영 지지성향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전통시장과 상가가 밀집한 창신동, 숭인동, 혜화동은 진보진영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서쪽이 주로 보수진영 유권자가 많다면, 동쪽은 진보진영 유권자가 많이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간에 위치한 청운효자동, 삼청동, 부암동, 무악동, 교남동, 가회동, 종로1~4가, 종로5~6가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격전지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평창동과 같은 부촌과 판자촌이 같은 지역에 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한 곳에 사는 곳이 종로다. 또 청와대와 정부청사가 있고, 주요 기업들의 헤드쿼터도 위치해 있는 곳”이라며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이자 차기 대권의 바로미터가 종로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표를 지키고 상대방 표를 빼앗는 선거의 기본전략을 취하더라도, 종로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정책이나 슬로건은 어느 정도 ‘전국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첫 일정으로 상가가 밀집한 종로 젊음의거리와 모교인 혜화동 성균관대학교 인근을 찾았다. 특히 종로 일대 비어있는 상가들을 돌며 경기위축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패에 있음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지지세가 약한 이 지역 자영업자 및 상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제가 알고 있던 종로는 경제의 중심지였고, 정치의 중심지였다. 정말 활기차고 많은 분들이 오가는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문을 다 닫은 상황”이라며 “제가 총리 공관에 있을 때만 해도 공실이 거의 없었는데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원인이 이 정부의 경제실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