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배달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법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합병 이슈를 계기로 온라인유통플랫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작년 12월 소상공인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1위 배달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법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다는 소식이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2·3위 배달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한 업체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배달앱 시장을 98%가 장악하는 시장 사업자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양사 합병을 두고 소상공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독과점에 따른 시장 폐해가 나타날지 걱정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더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상생 대책과 제도적 개선 없는 합병은 향후 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 “합리적 수수료 체계 산정돼야 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 걱정되죠.”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표(55) 씨는 양사의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 민족’을 인수 합병 소식을 들은 후 불안감에 떨었다. ‘배달의 민족’ 측은 매각에 따른 중개 수수료를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씨는 선뜻 믿음을 보내지 않았다. 이씨는 합병 소식이 발표된 후 1인 시위를 벌이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국내 배달 음식 서비스 시장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쇼핑동향’을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5조2731) 대비 84.6% 늘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표(55) 씨가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 민족’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은표 씨 제공

이처럼 배달앱 성장으로 관련 시장 매출은 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곡소리가 여전하다.  치열해진 경쟁과 각종 비용 부담 증가로 버는 돈만큼, 나가는 돈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등 각종 비용 부담은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딜레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요기요는 주문 건당 기본 수수료로 12.5%를 떼고 있다. 이씨의 가게의 경우, 7,500원짜리 음식을 하나 팔 경우, 948원을 뗀다. 여기에 배달대행수수료 2,400원과 음식 원가(2,370원)를 더하면 2,000원의 수익이 남는 구조다. 이같은 남은 수익을 더해도 인건비와 운영비로 지출해야 하다 보니 남는 이익이 많지 않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그렇다면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것은 부담이 적을까. 배달의 민족은 주문 수수료와 광고 개념을 혼합한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로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올해 4월부터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배달의 민족은 중개수수료를 지금보다 1% 포인트 낮춘 5.8%로 내리기로 했다. 또 울트라콜(지역을 설정해 광고하는 깃발꽂기 방식) 중복 광고 노출을 업체당 3개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이씨는 부담 구조가 조금씩 다를 뿐 지불 비용에 있어선 큰 차이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중개 수수료가 낮은 대신 광고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며 “여기에 외부결제수수료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가 산정돼야 한다고 봤다. 이씨는 “양사가 합병을 하든, 하지 않는 현재의 과도한 수수료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배달앱과 소상공인협의체들이 협의를 통해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수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중재자 역할을 적극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인 시위운동을 통해 이와 관련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고개 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론  

배달앱을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는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게르만민족 vs 소상공인 상생의 길은 없는가?’를 주제로 한 ‘온라인 유통시장 불공정거래 방지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노웅래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고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민생경제연구소, 한국언론미디어협동조합 등이 주관했다. 

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지적하면서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을 위한 여러 장치를 전자상거래법 안에 마련하고자 공청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청회 발제는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법제조사평가팀장이 맡았다. 김 팀장은 ‘온라인 유통시장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안 개정 방안’을 주제로 국내 온라인 유통 구조와 현황, 규제 미비점,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김 팀장은 “중국과 EU는 전자상거래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막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 조항을 마련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통신중개판매업자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게르만민족 vs 소상공인 상생의 길은 없는가?’를 주제로 한 ‘온라인 유통시장 불공정거래 방지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아래, 왼쪽)은 "제대로 된 상생 대책 없는 배달의 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달앱 사업자에 대해선 “이들은 단순한 중개업자가 아니다”라며 “시장을 컨트롤하고 지배하는 사업자가 된 만큼 보다 확실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날 김익성(유통학회 회장) 동덕여대 교수,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백운섭 대한SNS운영자협회 회장, 이호연 소상공인연구소 소장, 편유림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 서기관 등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이슈와 규제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소상공인들과 의견을 나눴다. 안 소장은 “배달의 민족은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호응과 배달료 지불, 자영업자, 배달라이더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성장했다”며 “그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배댈앱 시장 절대 독점 상태로 인수 합병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에 합병이 되더라도 반드시 자영업자, 배달라이더들과 상생의 대책을 철저히, 사전에 내놓아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의 혜택도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배달앱 이용 수수료는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처럼 법규를 통해 적정한 상한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수수료율도 지금보다 더 훨씬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유통사 중심의 T-커머스 시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 위주의 홈쇼핑 채널들, 티커머스 채널들을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등에도 운영권을 재분배 진짜 경제민주화 조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배달업체의 합병과 관련한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편유림 공정위 서기관은 “기업 결합 심사에 대해 담당하고 있지 않아 뭐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업계 의견을 들어서 심사 중이다. 시장 우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합병 승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몇 년간 수수료를 동결한다던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